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 디케는 그리스어로 ‘정의’ 또는 ‘정도’를 뜻한다. 오늘날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의 유래가 된 로마시대의 유스티티아(Justitia)도 디케에 형평성의 개념이 추가된 말이다. 유스티티아는 흔히 ‘평등의 저울’과 ‘칼’을 든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법원이나 법정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의의 여신상과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우리나라의 대법원 앞에도 저울과 법전을 든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이 저울은 모든 일을 공평하게 해결함을 뜻하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 ‘정의의 여신상’이 가장 필요한 곳은 교육부라고 생각된다.
  교육부는 다양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약 1조 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매스컴에서 올해 교육부가 진행한 총 9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사업’, ‘지방대학 육성 및 대학특성화(CK)사업’,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사업(ACE)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BK21플러스사업’,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 '여성공학인재양성(WE-UP)사업’,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평단)사업’의 주요 재정지원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전체 4년제 대학 203개교 가운데 127개 대학이 선정돼 재정지원을 받고, 나머지 76개교는 단 한 개의 사업도 선정되지 않아 전혀 재정지원을 못 받는다. 선정된 127개교 중 29개교도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 9개 중 단 하나의 사업만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6개 사업에 선정되어 공동 3위를 기록했지만, 지방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5년만에 약 30%정도 줄었다고 하니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8개로 최다 선정된 이화여대를 비롯한 전체 총 25개 학교가 9개 재정사업 중 과반인 5개 이상 사업에 선정되어 점차 편향적이며, 이를 받기 위한 대학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대학 본연의 정체성과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 산출근거와 결과 발표 과정에 대해서도 각 대학에서는 불만이 많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하여 최근 4년제 국•공립, 사립대학 교수단체가 연합한 ‘대한정책학회’가 창립되었으며, 일부 대학 총학생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을 규탄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금처럼 재정 지원으로 대학을 통제하고 종속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앞으로 재정지원 사업이 졸속적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고, 선정과정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에 ‘정의의 여신상’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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