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민주주의입니까

  “이게 국가입니까.”
  강의실, 학생식당, 궁동 술집, 사람만 모여 있는 곳이라면 들리는 이름이 있다. ‘최순실’ 그리고 ‘박근혜’. 민주주의 국가인줄로만 알았는데 샤머니즘 제정일치국가였다는 농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끝내 짙은 한숨과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이게 국가입니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외교정책부터 대통령 연설문까지 국정에 개입했다.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매일 최순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나타났다. 심지어 이제는 최순실은 현장 반장일 뿐 숨어있는 진짜 실세는 최순실씨의 언니인 최순득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야말로 '대비선실세'의 시대다. 그 와중에 민주주의는 실종했다. 아니 죽었다.
“이게 선거입니까.”
  제48대 총학생회 선거 개표장은 한숨으로 가득했다. 연이은 선관위의 실수로 학우들의  1,062표가 무효 처리됐다. 투표에 참여한 9명 중 1명의 표가 무효 처리된 것이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들은 선거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었다. ‘후보자가 소속된 단과대는 빼고 투표해야 중립적이다’, ‘선거관리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발언이 오고갔다. 개표장에서는 탄식이 이어졌다. “이게 선거입니까.”
  심지어 불법선거운동으로 판단 증거까지 나오고 있다. 모 학과에서는 투표 당일 개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선본이 소속된 단과대를 위해 투표하라는 공지를 했다. 학생 자치의 시작인 선거에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학내 민주주의는 무너졌다.
  학교 안팎이 연일 시끄럽다. 역대 최악의 5% 지지율을 맞닥뜨린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러려고 대통령 하려고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며 본인의 감정만을 호소했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의견은 조금도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의도 받지 않았다.
  최악의 선거관리를 보여준 선거관리위원장은 끝내 “11월 2일 진행된 모든 내용이 신뢰성이 없다”고 공표했다가 번복했다. 개표 중 논란이 불거지자 선거관리위원장은 “부끄럽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발언만 반복했다. 심지어 선관위는 언론 참관인으로 참석한 충대신문 기자들에게 “해당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선관위의 실수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사문화된 것만 같은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돼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날뛰고,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다. 작은 사회라는 대학 내 선거에서 학우들의 표는 무효 처리되고 소통은 없애려한다. 이처럼 기본마저 배제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기치를 세우는 건 낯부끄럽다.
  국가와 대학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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