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버스여행기'

  해외여행을 가면 누구나 뚜벅이가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버스타고 여행다니기 불편하잖아”라고 말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버스타고 여행하기 힘든 곳일까?

= 진정한 여행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

  우리나라에서 버스여행은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힘든만큼 매력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시내버스여행과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하는 A(29)씨는 “예정에도 없던 도시나 마을을 지나면서 만날 일 없던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전혀 몰랐던 마을에서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그 동네의 특산품을 먹고,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을 버스 여행의 매력으로 꼽았다. 대중교통 블로그를 이용하는 퍼덕버덕(15)씨는 “시내버스로만 하는 여행을 통해서 쾌감을 얻고 자신감을 무척 많이 얻는 것 같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 볼 기회는 많으니까 여러 번 실패하다가 성공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 버스여행시 주의할 점

  버스여행이 매력있다지만, 무턱대고 떠나기엔 실제적으로 겁이 나기도 할 것이다. A씨는 “루트는 철두철미하게 계획하며, 엇나가거나 실패할 경우의 방안도 생각해두는 것”을 버스여행에서 신경쓸 부분으로 꼽았다. 또한 “우산이나 간단한 간식, 음료 외엔 준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이 무거우면 오히려 자유롭게 못 돌아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퍼덕버덕씨는 “도보로 이동하거나, 다음 버스 연계 틈이 10분 이하인 곳들은 유심히 봐야한다”며 “버스시간표를 제대로 숙지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로 가면 짧게 갈 수 있는 거리를 시내버스 시트에 앉아서 가면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며 “ 시골에서 자주 쓰는 중형버스들은 다리를 계속 구부려야해서 불편하기 때문에 근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버스여행 루트를 소개한 책 '버스타고 제주여행’에서 안혜연 작가는 버스 여행의 설렘을 이렇게 표현했다.

  ‘버스를 타면 자연이 보인다.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지렁이를 제비가 가차없이 콕 쪼아 물고 가는 모습…버스가 오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버스에서 내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목적지에 도달할 때도 있다. 어쩌면 버스를 잘못 타서 헤맬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때? 여긴 제주도잖아’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널리 알려진 관광지를 쓱 돌고 오는게 아니라 때론 실패하고 힘들어도 여행지까지 가는 과정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와 낭만을 보고 또 보며 그곳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 '김 기자의 버스여행기'

  대학교에 올라오며 부모님이 중고차를 마련해줘 버스를 탄 적이 손에 꼽는다. 연식이 오래된 차지만, 버스보다는 만배쯤 편했다. 차만 타고 다니다 문득 ‘예전에는 어떻게 버스를 타고 다녔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버스를 타는게 차보단 조금 불편했던건 사실이다. 그래도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바뀐 계절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때론 만원버스에서 사람들과 엎치락 뒤치락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를 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과연 그때 기자에게 버스는 무슨 의미였을까? 그래서 덜컥, 후불 교통카드 한 장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대전에서 서울까지. 무모한 버스 여행을 시작했다.

-101번 버스
(충남대학교~반석역)
  대전에서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선 일단 세종시로 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학교에서 세종시 BRT가 서는 반석역까지 가야한다. 반석역 BRT정류장까지 가는 버스는 많다. 그 중 가장 일찍 도착한 101번 버스에 올랐다. 평일 오후 1시 버스는 한가했다. 도로를 버스가 시원하게 달렸다. 노은역으로 들어서자 하나둘 사람들이 올라탔다. 사람들을 둘러보니 저마다 이어폰을 꽂고 창 밖으로 시선을 두고 있다.

-990번 버스
(반석역~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
  기자가 대전으로 이사올 즈음부터 BRT버스라는 말을 신문에서 자주 본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BRT버스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탈 기회가 좀처럼 없어 그냥 궁금증만 가진 채로 지냈다. 그리고 처음 BRT버스를 타봤다.
  함께 BRT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 간지 이제 두 달 남짓된 분이었다. 타지로 떠나서 생활하는게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이 버스 덕에 대전 자주 놀러와요. 친구들도 만나고 좋죠. 세종에서 대전가는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즐거워요. 이렇게 대전에서 세종가는 버스 기다리는 건 아쉽지만…”

그렇게 아주머니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대전에서 세종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이 버스를 채웠다. 각자의 이야기를 싣고 버스는 달렸다.

-991번 버스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운당리)
 번화가를 지나, 아직 개발이 안된 지역을 지나 버스는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달린다. 이제 막 수확한 고추를 마당에 널어놓은 주택가를 지나치며 버스는 달린다. 목적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버스가 멈춰 선다. 지나가던 다른 버스 기사님과 우리 버스 기사님이 잠시 멈춰서 창문사이로 서로 저녁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버스는 다시 목적지로 나아간다.

 -700번 버스
(운당리~삼도상가)
  기자가 700번 버스를 기다린 곳은 쌀쌀한 시골 정류장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얼마 없고, 차들만 쌩쌩 지나간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는데 ‘빵’ 버스 경적소리가 울렸다. 퍼뜩 정신이 들어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계속 뒷자리에 앉다 운적석 바로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700번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기사 B씨는 “이 시간에 여기서 버스를 타네요”라며 물었다. 기자가 버스에 탄건 오후 3시 남짓이었다. 버스타고 서울까지 향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런데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라며 꾸지람아닌 꾸지람을 들었다.
“경적 안 울려주셨으면 못 탔을거에요”
“시골 정류장이라 버스도 몇 대 안오는데 깜빡하고 버스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될텐데,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시골버스 운전하다보면 그 정도는 기본이에요”

-100번버스
(삼도상가~성환버스터미널)
  100번 버스를 기다리기 전, 삼도상가 정류장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느라 버스를 한 대 놓쳤지만…. 쌀쌀한 날씨에 한 잔의 커피가 남은 버스여행의 원동력이 됐다. 100번 버스는 천안에서 성환으로 향하는 버스다.
 옆자리에 이윽고 앳되보이는 학생이 앉았다. 옆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연거푸 꾸벅꾸벅.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왠지 애처로워 말을 걸었다.

“많이 피곤해요?”
“네. 이러고 바로 학원 가야돼서 피곤해요. 빨리 집가서 쉬고 싶어요…”

 미래에 교사가 되고 싶다던 학생은 다음이 내릴 정류장이라며 이윽고 황급히 앞자리에서 졸고있던 동생을 깨워 버스에서 내렸다.

-130번 버스
(성환버스터미널~평택역)
   작은 외형의 130번 버스에 올라탔다. 성환에서 평택까지 가는 버스다. 퇴근시간과 하교시간이 겹쳐서인지 작은 버스는 금새 만원이 된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했다.

 -2번 버스
(평택역~오산역/오산터미널)
  평택역에서 한참을 헤매고 헤맸다. 지도 어플에 나온 버스들은 죄다 시외버스고, 본래 타려고 했던 버스가 서는 정류장을 잊어버려 무작정 평택역에 내린 탓이었다. 황급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 서울 가려고 하는데…시내버스 타려면 어디서 타야 될까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터미널에서 타시면 될거에요”

 안타깝게도 그 분이 알려준 버스는 시외버스였다.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시 말을 걸었다. 아까 그 분이다.

“저기 동서울 가는 버스 왔어요. 저거 안타세요?”
  본인이 있던 버스정류장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기자에게 동서울가는 버스가 왔다는 걸 알리기 위해 달려온 모양이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자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 본인이 타야 될 버스를 타러 떠났다. 친절을 뒤로하고, 블로그를 뒤지고 뒤져 2번 버스에 탑승했다. 평택과 오산을 잇는 2번 버스에는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할머니 여러분께서 같은 동네 친구이신지 일렬로 쭈르륵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리실 때마다 내일 또 보자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5300번 버스
(오산역/오산터미널~논현역)
  오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다. 추운날씨에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멈추지 않고 지나가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버스에 올라타니 이제 무사히 서울로 갈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버스의 움직임을 따라 상단에 걸린 멀미용 검정봉투가 흔들렸다.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남성은 “알겠어. 치킨 사들고 갈게”라며 기분좋은 통화를 끝마친다. 어느새 해는 저물었고, 버스는 서울 톨케이트를 지났다.

  저녁 8시 무렵 신논현역에 도착했다. 대전에서 출발한지 6시간 만이다. 그러나 피곤하거나 힘들다는 생각보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지나친 풍경과 듣게 된 이야기들이 깊이 남았다. 우린 바쁜 일상에 힘들어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데 익숙해져 있다.
  국내는 넓다. 버스로 누빌 수 있는 곳도 많다. 버스는  몸과 교통카드 한 장만 있으면 탈 수 있다. 버스에 올라타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모든게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일상이 담긴 버스를 타고 일과 과제로 터질 것 같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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