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조각부문 우수상 쾌거, 함영미(조소·4) 학우와 조각 예술의 세계

함영미(조소·4) 학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정훈 수습기자 leejunghoon@cnu.ac.kr

 

함영미(조소·4) 학우의 <날자꾸나>

  조각의 세계는 낯설지만 조각이 주는 예술적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함영미(조소·4)  학우 또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내는 일이 곧 조각이라고 말한다. 최근 제3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조각부문 우수상을 받은 함영미 학우와 함께 그녀의 작품과 조각 예술에 대해 알아본다.

Q1. 우리 학교 예술대학에 ‘조소과’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우에게 조소는 낯선 분야다. 조소학 전공자로써 조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조소는 사전적인 의미로 ‘조각’과 ‘소조’가 합쳐진 말이다. 조각은 소재를 깎는 방식으로 조형을 해나가는 것이고, 점토나 장식물 같은 걸 붙여서 조형하는 걸 소조라고 한다. 그래서 조소과에서는 금속, 유리, 돌,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학우들은 낯설 수 있지만 입체와 공간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조소의 목적이자 의미라 할 수 있다.

Q2. 지난 제3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에 출품한 작품이 우수상에 선정되는 쾌거가 있었다. 천안 예술의전당미술관에서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전시돼 더 큰 화제가 됐는데, 대회에 작품을 출품하게 된 계기는?

  해마다 조각 부문을 포함한 여러 예술 분야에서 각종 공모전이 열리는데, 대한민국미술대전이 전국 최대 규모의 미술 대회인 만큼 특히 욕심을 냈다.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인 <날자꾸나>는 4학년 1학기 때 만든 ‘입상’작품이다. 조각은 자세에 따라 입상, 좌상, 와상(누워있는 자세)으로 나눠지는 데 자세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작품 크기가 보통 170cm에서 180cm정도 된다. 이번에 수상한 작품도 2m 10cm다. 크기도 큰 만큼 창작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극복해 나가며 많은 보람을 얻었다. 어려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이번 대회에 출품을 결심하는 데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다.

Q3. 이번 대회 출품작을 창작하면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나?

  작품 크기가 2m를 넘는 만큼 제작 과정의 초기 단계이자 지지대 역할인 ‘심봉’을 만드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작품 크기에 맞추려면 심봉도 상당히 높아야 하고, 흙을 지지하려면 튼튼해야 해서 용접 작업을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본 축에 흙을 붙이는 과정에서도 크기 때문에 구상한데로 흙을 붙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

Q4. 우수상을 수상한 소감이 궁금하다.

  지면을 통해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은 두 분이 있다. 바로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와서 작업하시는 조소과 김석우 교수님, 박찬걸 교수님이다. 사실 이번 <날자꾸나> 작품때 자세를 조형적으로도 표현하기가 많이 어려워서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그럼 주말에도 종종 연구실로 쫓아 올라가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했는데 개인작업을 위해 나오신 건데도 부탁을 마다하지 않고 지도해주셔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묵묵히 지원해주신 가족과 교수님들 덕분에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게된 것 같다. 또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선정은 우리 학교 조소과가 생긴 이래로 처음이라고 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Q5. 우수상 선정 작품의 제목이 <날자꾸나>다. <날자꾸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작품을 창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가끔 머리를 식히고 싶거나 고민이 있으면 집 주변 하천을 산책한다. 그리고 긴 목에 하얀 깃털을 뽐내는 ‘쇠백로’가 큰 날개를 활짝 펴고 허공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걸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새를 부여잡고 하늘을 훨훨 나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그 상상을 작품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해 <날자꾸나>를 창작하게 됐다.
  모두 각자의 삶속에 자리 잡고 있는 괴로움이 있다. 그런 괴로움들을 떨쳐내고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인과 새를 통해 간절함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봤다. <날자꾸나>에서 표현한 새는 모든 불편한 것들로부터 도피해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형상화한 중요한 매개체이다. 여성의 표정에서도 새라도 부여잡고 날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최대한 표현됐다. 많은 분이 <날자꾸나>를 보고 동심의 마음으로 순수함을 다시 꿈꾸길 바란다.

Q6. 조각 작품이 균형을 이루고, 덜 손상이 되려면 당연히 무게 중심·배분같은 기본적인 원리들이 중요할 것 같다. <날자꾸나> 작품에서도 한 여인이 새를 부여잡은 손을 길게 쭉 뻗고 있어 자세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무게 중심을 잡은 것인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일반인들은 제작 과정보다는 당연히 완성된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니까 조각의 한 부분이 떨어지거나 손상되지는 않는 지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날자꾸나>도 겉으로 볼 때는 위태롭게 보이지만 길게 뻗은 팔에 맞춰서 밑에 좌대를 길게 빼 앞으로 치중된 무게중심을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뼈대를 다리에서 좌대까지 용접으로 이어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설계했다. 사실 오랜 기간 직접 작품을 창작해본 경험만큼이나 기초적인 원리도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근육의 움직임 같은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조소과에서 해부학을 배우기도 한다. 현대작가 중에서는 수학과를 나와 작품에 아름다운 무게 균형을 표현한 작가도 있다. 결국 제대로 된 표현을 위해선 경험과 이론을 모두 다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Q7.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창작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작품을 꼽은 이유는?

  작년 3학년 2학기 때 만든 작품 중에 두 사람이 등을 맡댄 ‘군상 작품(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그 전에도 군상 작품을 만들어 봤지만, 3학년 2학기 때 작품은 처음으로 좌상을 표현한 군상작품이었다. 그래서 창작에 어려움도 많았고, 꾸지람도 자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골반과 다리 관절의 접힘, 살의 눌린 표현 등이 특히 어려웠다. 그런데 그 작품이 올해 6월 서울미술대상전에서 ‘서울시장상’을 받아서 창작 과정은 어려웠지만 뿌듯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Q8. 우리 학교 조소과에 진학하고 조각 예술을 전공한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계속해올 수 있었던 조각 예술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소과에 진학해 조각 예술을 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가 하고 싶으신 계획이나 꿈이 많으셨는데 편찮으셔서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도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아야 후회하지 않겠다고 생각해 조소과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조각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생각과 감정을 입체적, 함축적으로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분야다. 또 그림과는 다르게 앞뒤좌우 4면을 다 볼 수 있는 공감각적인 체험도 조소만의 매력 중 하나다. 무엇보다 조각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많은 이들에게 외칠 수 있는 대변인 같아서 몸은 고단해도 즐기면서 작업에 임하고 있다.

Q9. 앞으로의 계획은?

  학교에 엊그제 입학한 것 같은데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어 요즘 졸업전시회에 매진하고 있다. 11월 28일부터 일주일 간 대전KBS 방송국 로비에서 졸업 전시회가 열린다. 나를 포함한 많은 조소과 학생들은 지금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각자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학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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