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소수자는 처음이니?

퀴어문화 축제에 참여한 원지원 학우

  외삼촌들이 연애 안하냐고, 남자친구는 얼마나 사귀어 봤냐고 묻길래 연애는 하지만 남자친구는 없다고 얘기했다. 외삼촌들은 남자친구가 아니면 남편이 있었냐? 아닌가 여자친구 있냐? 고 물어보며 2분 정도 고뇌에 빠졌다. 내가 여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하자 한 외삼촌은 나를 벌레 보듯 했고 다른 한 외삼촌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얘기해주는 거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하며 나랑 주먹박치기를 했다.
  나는 생물학적으로 여자고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사회적 성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다. 나를 꽁꽁 숨기진 않는다.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는다. 커밍아웃을 할 때 큰 마음가짐이 필요하지도 않다. 친구들이 연애 얘기 할 때 나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얘기했다.
  외삼촌한테 커밍아웃 했을 때처럼, 내 커밍아웃의 대부분은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에 여자친구가 있다고 대답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0명 중 3명은 ‘여자친구’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남자친구(애인)는 없는데 ‘여자사람친구’는 많다는 말로 알아듣는다. 연애는 하는데 어떻게 남자친구가 없느냐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이 질문들은 여자인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해서 나오는 질문이다. 자기 주변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동성애의 실체랍시고 떠도는 출처 없는 소문들과 홍석천과 하리수의 이미지가 전부다. 교육과 매체들이 실재하는 성소수자를 지우고 어딘가에 있을 불행, 불운한 사람 혹은 홍석천과 하리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커밍아웃 함으로써 나는 누군가에게 실재하는 첫 성소수자가 된다. 누군가는 여전히 실재하는 성소수자를 타자화 하고 혐오하겠지만 누군가는 드디어 이 사회를 성소수자와 함께 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게 내가 나를 숨기지 않는 이유다. 내가 드러내야 사람들에게 여기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해도 상관없다. 그저 사람들에게 성소수자의 존재만 알릴 수 있다면 내 커밍아웃은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성소수자를 만날 확률은 꽤 높다. 아프리카 오지를 헤매다 풀숲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날 확률 정도로 생각하지 마시라. 이 글을 읽는 당신과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버스를 타며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바로 어제 당신을 힐 해준 메르시도 성소수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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