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돼지의 시대

 

  마감 첫 날 새벽 5시경, 집에 가는 택시 뒷자리에 앉으면 온갖 생각이 떠밀려온다.  생각은 늘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이 물음이 떠오를 쯤 집에 도착한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이며 8시 알람을 맞춘다. 10시에는 편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 사는 건가 싶은 순간 택시에서의 물음이 이어진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에 살고 있는 걸까. 문득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민중은 개・돼지다.”
  백남기 농민이 끝내 사망했다. 지난 해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백남기 농민은 직사 살수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에 참석하고, 시위대 맨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밧줄을 잡아당기는 것은 국가에게 살해될 이유가 아니다. 집시법을 어겼다면 그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됐다. 사형수에 대한 사형도 실시되지 않는 국가에서 백남기 농민은 국가의 권력에 의해 죽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대한 의혹이 가득하다. 최순실씨는 대기업이 각각 486억 원과 288억 원을 출연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특혜 의혹이 조명 받고 있다. 입학에서부터 강의 수강, 평가까지 정유라씨는 학칙까지 개정해가며 일반 학생들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청문회에 참석한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씨는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발언했다. 심지어 국가는 부검 영장을 강제 집행하려고 한다. 국가에게, 공권력에게 국민의 생명은 언제든 침해할 수 있는 사과할 이유가 없는 가벼운 무엇이었다.
  한편 최순실씨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대통령은 “의미 있는 사업에 의혹이 확산되고 인신 공격성 논란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강제모금, 자금 불법유용 등의 의혹을 일축시키며 최순실씨에 대한 감싸기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 특혜의혹과 미래 라이프 설립으로 갈등에 휩싸인 이화여대에서는 집회가 이어졌고 최경희 총장이 사임했다. 그러나 사임을 표명하면서도 최경희 총장은 최순실 딸에 대한 특혜가 없었으며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실로 무치의 시대다. 권력을 쥔 자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공권력을 자신들을 위해 휘두르고 있다. 그들의 눈에 쥐고 있는 권력 하나 없는 국민들은 개・돼지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고도 부끄러움 하나 없는, 부정 의혹에도 떳떳하기만 한 권력자들이 감히 국민을 짐승으로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개와 돼지, 해도 해도 안 되는 새끼는 우리가 아니다. 권력을 틀어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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