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범위 외우기 싫다

 

  대한민국은 시험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에서 시험을 통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항상 시험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시험기간이 찾아왔다. 수업시간에 배운 모든 내용을 다시 정독해야한다. 아니 암기해야한다. 
  초·중·고 시절 기자는 외우는 것을 싫어했다. 당시 주입식 교육과 암기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 생각하고 졸업만을 기다렸다. 기자에게 대학교는 이상적인 교육이 실현되는 곳이었다. 시험에서 자신의 생각을 서술형으로 논술하고, 특정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이 길러지는 수업이 대학에서는 가능할거라 믿어왔다.
  그런데 이게 뭐람! 대학교 공부는 고등학교 때보다 더 심한 ‘단순암기’방식이었다. 고등학교 시험에는 응용유형이라도 있었지만, 대학교 시험은 교양과 전공을 막론하고 암기한 것을 그대로 답안지에 토해내는 방식이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논하는 논술형 문제도 있었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교수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정해진 답을 맞히기 위해 암기하고 교수님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 맞추려는 노력을 한다. 정해진 답을 제외한 모든 생각은 틀린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대에서 A+를 맞는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찍은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됐다. 해당 다큐멘터리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방법은 교수님의 강의를 그대로 외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교수님의 강의를 그대로 녹음해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받아 적고 내용을 간추려 암기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생각이 절대 개입돼서는 안 되고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통째로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위와 같은 주입식 교육·시험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 대학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바로 주입식 교육의 범위가 초·중·고등학교를 넘어서 이제는 대학교까지 그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에서의 주입식교육은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 사회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억압하고 교육자의 생각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법만을 배운 학생들에게 갑자기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태도를 요구하는 것 역시 상당한 무리이자 억지다.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교육은 사교육을 조장한다. 사교육에서는 무엇이 핵심인지, 가장 쉬운 암기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최근 대학생 사교육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를 보면 ‘학원 만능주의’의 물결은 이미 대학가를 점령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슈지’ 교수는 “정답을 찾는 아시아의 교육은 쓸모가 없다”고 혹평했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단지 평가만을 목적으로 할 뿐, 성장의 자양분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학생들이 정해진 답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창조하고 뚜렷한 주관을 갖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과 평가제도가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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