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는 대학

언프리티 대학??
SHOW ME THE UNIV??

 

   2015년부터 시행된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전국의 대학들이 들썩거렸다. 강원대는 D등급을 받아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우리 학교는 많은 재정지원사업을 따냈고 교육부 방침을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C등급을 받았다. 이에 학내에선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5년 3월에 제정된 대학도서관진흥법이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되면서 대학가는 또 다시 평가에 시달리게 됐다. 곧 입시철을 맞아 대학들은 각종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도 신경써야 한다. 이처럼 다양하게 이뤄지는 대학평가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학구조개혁평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 대표되는 것이 바로 대학구조개혁평가다. 기존의 간접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을 A~E 등급으로 나눠, 미흡한 대학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고 볼 수 있다.
   작년 우리 학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7%의 정원 감축을 권고 받았다. 본지 1102호에서 당시 오근협 기획처장은 “실제로는 정량평가에서는 변별력이 없었고, 정성평가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구조였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정성지표가 구조개혁평가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것을 알 수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기준은 크게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로 나눠진다. 정량지표는 성과의 결과가 계량적인 수치로 산출 가능한 지표이고, 정성지표는 설문조사처럼 평가자의 주관적인 개입이 필요한 지표이다.
  가장 큰 의문은 ACE사업, LINC사업, 고교교육정상화사업 등 핵심적인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대거 유치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정성지표만으로 C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 정성지표의 객관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런 정책이 ‘지방대 죽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구조개혁평가로 인한 정원 감축이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대학알리미의 ‘2014~2016년 4년제 대학교 신입생 충원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이러한 주장이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 비해 2016년의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총 19,257명이 감소했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권 55개 대학과, 지방 55개 대학을 무작위로 선택해 비교했다. 조사 결과, 서울권 대학은 1,475명이 줄어 전체의 7.53%가 감소한 반면, 지방대는 6,917명인 35.34%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차이가 극심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수치는 구조개혁평가가 ‘지방대 죽이기’라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2017년은 2주기 구조개혁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정성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해 대학가의 집중을 받았다. 정성평가의 객관성과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앞으로도 정성평가의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엔 구조개혁, 올해는 도서관평가?
  2015년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가 대학구조개혁평가였다면, 2016년은 대학도서관평가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학술정보 이용형태 변화에 대응’하고 ‘열악한 학술정보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5개년에 걸친 대학도서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대학도서관진흥법’(이하 대진법)이다. 해당 법의 제정으로 ‘대학도서관평가’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도서관평가 또한 평가기준의 타당성과 현실적인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반 대학 도서관 자료에 대한 기준으로 ‘학생 1명당 70권 이상’을 제시했다. 작년까지 우리 학교는 1인당 67.3권이었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1인당 70권 기준을 이제 막 넘어섰다. 우리 학교 도서관 이근희 팀장은 서면으로 “기준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제 겨우 기준을 달성했으므로 거점국립대로써 향후 장서 증가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대진법은 또 다른 자료기준으로 재학생 1인당 2권씩 도서를 구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재호 도서관장, 김성은 과장, 이근희 팀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기준을 반영하기 위해선 연간 10억 원의 도서구입비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지금 수준의 자료구입비로는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이고, 정기간행물의 구독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도서관 측은 고군분투하는 입장이다. 김 관장은 “학교 총 예산 중, 우리 학교 도서관 자료구입비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학교 측에 이를 요구한 상황이다. 아마도 작년보다 높은 수준의 예산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학도서관평가는 올 10~11월 사이에 진행돼, 오는 12월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서열화의 표본, 언론사 대학평가
  입시철이 되면,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다양하고 정확한 대학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여러 언론사에서 시행되는 대학평가는 이젠 하나의 필수 이벤트로 꼽힌다.
  하지만 언론사 평가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평가 기준의 문제다. 조선일보·QS 대학평가는 학계평가, 졸업생평가 등 객관적인 지표로 산출하기 어려운 기준들을 사용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평가지표로 정보공시와 대학제출자료로 측정하는 정량지표(교육여건, 교수연구, 교육노력 및 성과)와 정성지표(평판도)를 사용한다.
  ‘평판도’ 지표는 400점 만점 중 60점으로, 전부 고교 교사, 대학 교수, 기업체 인사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된다. 정량지표의 자료는 기존의 정보공시나 대학이 제출한 자료가 기반이기 때문에 높은 변별력을 가지긴 어렵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설문조사에서 ‘어떤 대학을 추천·선호하느냐’는 내용이 있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명문 대학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선 기존에 유명했던 대학에게 유리한 평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평과 결과에 많은 영향을 주는 정성지표의 객관성에 대한 논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대학평가는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교육부와 언론은 ‘대학 특성화’를 외치면서, 대학특성화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이러한 평가들은 결국 대학들이 평가지표에 집중하게 만들어 그들의 주장과는 다른 획일화를 일으킬 수 있다.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진출과 취·창업을 적극 권장하면서, 대학의 학문탐구라는 근본적인 목적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회적인 수요에 적합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 또한 대학의 역할이지만, 상아탑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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