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살아있는 캠퍼스

  필자가 몇 달 전에 겪은 일이다. 서울 출장이 있어 대전역 동광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서울을 다녀왔다. 오후 늦게 대전역에 도착해 차문을 열려는 순간 차량 앞 유리창 윈도우 브러쉬 밑에 하얀색 종이쪽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용인 즉, 주차된 필자의 차 옆에 주차를 하던 운전자가 의도치 않게 차문을 너무 세게 여는 바람에 일명 ‘문콕’으로 차 문짝에 흠집을 냈으니 연락하라는 메시지였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약 지름 3mm 정도로 페인트가 약간 벗겨져 있었다. 메시지가 없었다면 그냥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분명 필자의 차에 흠집이 생겼으니 화가 나야할 상황인데도 생각보다 흠집의 크기가 작아서였는지, 아니면 ‘요즘 보기 드물게 양심적인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화가 나지 않았다. 한편으론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생각하며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약 3~4년 전, 우리 대학 공학 1호관 옆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이 불현 듯 떠올랐다. 밤에 퇴근하려고 차에 다가간 순간 필자의 차 옆 문짝이 3mm가 아닌 지름 30cm 가량의 크기로 움푹 들어간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할 메모는 없었고, 혹시 바람에 날려 메모용지가 떨어졌나 싶어 주변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 당시 기분이 언짢은 것은 차가 움푹 찌그러진 것보다도 흠집을 낸 가해차 운전자로부터 아무런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대전역 주차장은 서로 만난 적도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차를 주차하는 곳으로 설사, ‘문콕’을 하더라도 모른 척 떠나버리면 그만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캠퍼스 주차장은 지성인을 자처하는 우리들이 거의 매일 익숙하게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실수로 인한 사고에 대해 메시지를 남겨야 하는 기본 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차 얘기를 꺼낸 김에 한 가지 더 얘기하고자 한다. 우리 캠퍼스 안에는 두 노선의 일반버스가 들어오고 주로 사람들이 많이 승차하는 곳은 중앙도서관 앞과 산학연관 앞이다. 가끔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 표시 아래에 서 있다 보면 주로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드는데 기다리는 줄은 찾아볼 수 없다. 버스가 도착하면 한꺼번에 여러명이 입구로 몰려들어 혼잡스럽기까지 하다. 두 사람이 모이면 줄을 서야 한다는 기본 지침은 살아있지 않았다.
   대학은 천방지축 혈기왕성한 갓 성인이 된 새내기들이 들어와 개인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앞으로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가 되기 위한 지식과 소양을 쌓는 곳이다. 그래서 어느 곳보다도 대학 캠퍼스는 고리타분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또 사회가 정도에서 이탈할 때 주저 없이 경고음을 낼 수 있다. 기본 예의와 지침이 살아있는 청명한 가을하늘 밑에 질서 있게 줄 서 있는 멋진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한준현 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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