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

 

 항상 시끄러운 한국사회라지만 요즘은 유난히 더 시끄럽다. 또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백남기 농민이 죽었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나가 시위를 하던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뇌출혈로 구급차에 실려 갔고, 4시간 정도의 대수술을 받은 후 317일 동안 의식불명의 상태로 중환자실에 몸을 맡기다 사망했다. 지금 한국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두고 시위의 합법성부터 사망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다. 민중총궐기 당시에도 그랬다. 사람들은 불법인지 합법인지에 온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시위에 참여한 그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2015년 2학기 환경사회학 수업에서 농민의 특강을 통해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쌀값이 20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농민은 그로인해 궁핍해진 생활 때문에, 또 이런 문제를 보고도 해결책을 주지 않는 정부 때문에 민중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백남기 농민이 거리에 나서기까지는 다른 정치적인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백남기 농민은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바꿔보고자 거리에 나섰을 것이다. 농림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3만 5천원으로 20년 전인 1996년의 13만 6천원보다 적은 수치이다. 반면 1996년의 최저임금은 1,275원이고 현재의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최저임금이 5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정작 농민들의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쌀값은 오히려 줄어드는 일이 생겼다. 농민들의 현실을 노동자로 대입해본다면 2016년 현재 임금이 1,200원도 안 되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이다. 쌀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는 값싼 수입쌀 공급증가와 쌀의 수요 감소에 있다. 자유무역체결로 한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에서 이득을 얻는 대신에 한국의 농업분야는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 농민들은 구조적인 불평등 속에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쌀값을 21만원 까지 올리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5년 15만 2천원이던 쌀값은 오히려 값이 내려가고 있고 농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자유시장 경제의 관점에서 농업은 비효율적인 산업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정부는 현재 농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정책과 대안을 실행해야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은 그런 불평등하고 억압된 현실 속에 있는 농민들은 물론이고 빈곤문제, 민주주의와 시민주권, 청년실업, 세월호,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들의 외침에 대해, 위헌적일 수 있는, 차벽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정부는 그들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그들이 왜 그 자리에 섰는지 묻지 않았고 도리어 그들을 테러리스트에 빗대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그곳에 나선 사람의 억압적 현실과 구조적 폭력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권주자로 한참 활동하던 시절 한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라는 이야기를 했다. 또 대선 토론회에서 당시 후보 신분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를 해 오면서 실천하지 못할 약속을 한 적은 없었어요. 약속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켜왔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스스로 최악의 정치를 하고 있다. 민중총궐기가 일어난 이유는 참가자들이 폭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불법시위를 결정하는 것과 책임을 묻는 것은 법원에서 할 일이지 경찰의 물대포가 할 일은 아니었다.

박두진 (사회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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