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충대신문 창간 62주년입니다.’

  한 문장 적어두고 한참을 쳐다봤다. 창간기념호에 맞게 축사를 써보려 했지만 손은 키보드 위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축하 인사를 남기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몇 줄 더 적어볼까 했지만, 그 어떤 문장도 잇기 어려웠다.
  오래되고 지독한 불치병인 대학언론의 위기 속에서 편집국장이 됐다. 매일같이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어디 학보사는 편집권 침해로 배포가 중단됐대, 모 학보는 백지를 냈대, 어떤 학보는 인력난이 심각하대. 모 신문은 편집국장이 해직 당했대.’
  대학언론의 위기는 충대신문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예산 절감 계획이 발표되자 당장 신문 발행횟수가 반으로 줄게 됐다. 결국 기자들은 월급을 포기하고 발행횟수를 지켰다. 그렇게 해도 한 학기 발행은 6회로 줄었다. 편집권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담당 취재기자의 의견보다도 대학본부 보직자들을 위한 배려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대학언론이 학내 홍보지의 역할에 충실하길 원하는 이들도 있다. 충대신문의 목표는 도약이 아닌 생존이 됐다.
  국립대도 생존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부는 대학구조조정정책, 정부재정지원사업,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꺼내들고 지원금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예산 지원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우리 학교 역시 교육부의 정책들로 유래 없던 예산 위기가 닥쳤다.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대학구조조정정책,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해 예산의 미스매치가 발생했고 62억 원의 예산을 긴급 절감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수립된 절감계획도 목표의 60%밖에 되지 않으며 등록금 규모가 작다면 극단적인 방안까지 고려되는 상황이다. 교육부 정책에 의해 발발한 예산문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국립대 연합체제도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의 국립대 연합체제는 학령인구 감소를 위해 국립대들이 각자도생에 성공하면 선심상 예산을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 이에 가장 먼저 국립대 연합체제를 시작한 부산권 국립대학들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 학교는 이번 공주교대와의 MOU를 시작으로 충청권 연합체제에 시작점에 섰다. 충남대의 각자도생 또한 시작된 것이다.
  올해는 충대신문 창간 62주년이자 개교 64주년을 맞이한 해다. 원래 언론이란 항상 위기를 말한다지만 위기를 넘어 생존을 고민할 시기가 다가왔다. 발전과 도약을 논하는 것이 아닌 학내 전반을 타격한 지각변동에서 우선 살아남아야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생존은 무의미하다.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생존만을 고려한다면 추후의 도약은커녕 정상화조차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보다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협의는 필수적이다. 생존만을 위한 독단적 선택과 특정 집단의 희생을 강조하는 시스템은 자멸만을 낳을 것이다.

곽효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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