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의 대학

  이번 창간호 기념으로 진행한 총학생회 특집 기획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뇌리에 박힌 표현이 있었다. 총학생회에 바라는 점을 적는 질문에 “무관심 속에 이점을 독식한다”라는 답변이었다. 지나치게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견해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무관심’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취재 과정에서 자료 수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 총학생회의 공약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구하기 위해 학내 자치기구와 학교 측에 문의해봤지만,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기관은 없었다. 기사를 인용하자면 ‘후보자는 공약으로 말하고, 공약으로 평가받아야’한다. 공약이란 그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과 구성원의 요구,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돼야한다. 즉, 후보자들의 공약은 당시 우리 학교의 시대상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시대의 거울’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료는 본지의 기사 외에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기 때문인가, 무관심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인가. 전자든 후자든, 확실한건 없어도 다르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총학생회가 내세운 공약을 봐서는 시대상을 찾아 볼 수 없다. 대학이라는 집단이 직면한 거시적인 문제들보다, 보여주기 식의 ‘일회용 공약’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심지어 학교에서 진행 중인 사안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행률을 높이기 위한 편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더 이상 총학생회의 공약에서 대학사회의 담론을 형성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대학가는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대변되는 ‘대학 몸집 줄이기’는 이미 시행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벽과 부딪혀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학교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듯이 조용하다. 이미 학과 통폐합이 추진되면서 한동안 떠들썩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학내를 넘어서 대학 간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는 ‘국립대 연합체제’로 번지고 있다. 아니,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학생회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젠 총학생회에게 학생자치의 담론 형성기능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일까?
  부산대학교는 총학생회는 부산지역 국립 연합대학 체제에 대한 찬·반 학생총투표를 시행했다. 유권자 20,227명 중 10,340명이 투표하면서 51.1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결과는 반대표가 92%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투표 결과가 중요하지만, 투표율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학생 의견을 모으기 위한 총 투표였음에도, 절반을 넘는 투표율을 보여줬다. 총학의 주도 하에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의사를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우리 학교로 돌아와서, 최근 몇 년간 총학선거 이외에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눈에 띄는 행동은 없었다. 총투표를 시행 한다고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적극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총투표를 차치하더라도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추세에 따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이렇게 소통할 것이다’, ‘이런 소통 방법을 마련하겠다’라는 공약은 나와도, 근본적으로 학우들과 ‘어떤’것은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미흡하다. 그저 너도 나도 소통을 외치니까 ‘나도 소통하겠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소통에 무관심하지만, 당선을 위해 경쟁자에게 밀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대학은 지금 지독한 ‘무관심’ 속아 파묻혀있다. 많은 학우들은 학생자치의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기존에 보여준 자치기구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무관심해지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투표하지 않은 학우 중 28%는 총학생회 선거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변했다는 것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기존의 모습으로 인해 자치기구에 대한 학우들의 실망감은 결국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대학은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총학을 그저 ‘형식적인’ 집단인지, 아니면 ‘학우를 대변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집단일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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