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성진우 기자 politpeter@cnu.ac.kr, 디자인 / 박윤희 기자 uni_65@cnu..ac.kr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대부분 꼬막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벌교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꼬막의 나라’로 알려지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수백 년 전의 지리지도 아니고, 벌교 사람들의 증언도 아니다. 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몇 십분 남짓 방영된 ‘꼬막 캐기 벌칙장면’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지역 이미지 형성의 중심에는 미디어가 있다.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지역 이미지, 무조건적 수용 지양해야

  브랜드 가치, 사회 통합, 지역 정체성…여러 부가가치와 직결된 지역 이미지

  지역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이른바 ‘지역 이미지’가 존재한다. 이런 지역 이미지는 단순히 이미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사회·경제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지역 이미지란 마냥 가볍게만 여길 수 없는 지역의 중요한 가치인 셈이다.  
  우리 학교 자치행정학과 강병수 교수는 지역 이미지가 지역의 여러 부가가치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강병수교수는 “지역 이미지는 지역 브랜드의 가치 상승·하락과 연계돼 해당 지역의 관광이나 특산품 판매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지역민들의 통합과 지역에 대한 긍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역 이미지는 어떤 방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일까.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이전에는 지리적 공간에 따른 복합적인 요소나 지역 개발 요소의 일부로서 지역 이미지가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지역 이미지의 형성 방법은 물론 그 성격까지 바뀌었다”고 말했다. 즉, 이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원치 않는 지역 이미지가 생성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재영 교수는 “특히 보도 전문 미디어는 주로 사건·사고만을 보도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지역 이미지를 쉽게 형성 한다”고 덧붙였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디어가 형성한 부정적인 지역이미지’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곡성>은 오랜 기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6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곡성>의 대사는 영화가 극장에서 막을 내린 지금까지 유행어처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영화 <곡성>은 큰 문화적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파급력을 예상이라도 한 듯 곡성 군민들은 영화 개봉 2달 전부터 영화가 지역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드러냈다. 영화 <곡성>은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전라남도 곡성을 배경으로 촬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곡성 군수가 직접 나서 지방 일간지(전남일보)에 기고문을 올려 곡성군이 영화 <곡성>과 관련이 없음을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곡성은 지난 2012년 모 지방일간지에 ‘곡성 내 암 공포 확산’이라는 잘못된 보도로 농산물 판매액이 급감하고 관광객 수가 감소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따라서 허구적인 영화의 내용으로 입게 될 지역의 피해에 주민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현재 곡성에서 매운탕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는 “암 공포 소식을 접했을 때는 장사가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 다행히도 여수엑스포의 개최로 생각만큼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곡성역이나 고속도로 주변에 위치하지 않은 식당들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산은 영화 <친구>를 비롯해 <범죄와의 전쟁>,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무적자>의 배경이 된 도시다. 앞서 제시한 영화들은 모두 ‘조폭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 원도심의 어두운 골목길과 스산한 느낌의 부산항, 그리고 거친 사투리가 조폭의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 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보고 부산을 간접체험한 사람들에게 부산은 마치 ‘범죄의 도시’처럼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부산 출신인 지재우(21) 씨는 “그런 비약적인 논리로 해당 지역을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영화에 비춰진 부산의 이미지는 허구임을 강조했다. 또한 지재우 씨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특정 지역을 정의하는 것은 지역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사고”라고 덧붙였다.
  인천의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은 ‘부평’이라는 유흥가로 인해 부산 못지않은 ‘범죄의 도시’로 미디어에 노출된다. 특히 잦은 마약 관련 범죄 보도로 인해 지역 이미지가 왜곡돼 많은 인천 주민과 출신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인천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담배대신 마약을 한다더라’, ‘마계인천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인천 출신인 배민지(20) 씨는 “인천 출신이라고 하면 주위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인천의 이미지 때문에 뭐만 하면 역시 ‘마계인천’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하지만 인천에 살면서 그런 범죄를 겪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허구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 때문에 현재도 많은 지역 주민들과 출신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역 이미지로 인한 피해. 해결해야 할 과제

  미디어가 만드는 왜곡된 지역 이미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중이 미디어를 대하는 자세를 개선해야 한다. 김재영 교수는 “사람들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을 무조건 사실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중이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를 기르는 등 미디어 수용 자세를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병수 교수는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특정 이미지를 토대로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단편적으로 지역을 바라보는 등의 태도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부정적인 지역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은 ‘부산 불꽃 축제’, ‘부산 국제 영화제’ 등의 지역 축제를 개최하며 부정적 지역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곡성 또한 관광시설을 점검하고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병수 교수는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슬로건이나 캐릭터, 광고 제작 등 지자체의 활발한 움직임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최근에는 개인이 SNS를 통해 지역 명소나 맛집을 소개해줌으로써 해당 지역의 긍정적인 지역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김재영 교수는 “최근 더욱 활성화 된 SNS의 역동적인 특성을 이용한다면 시간이나 지면의 한계를 받던 미디어가 해내지 못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SNS를 통해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SNS를 통한 개인의 노력도 미디어가 만들어낸 지역 이미지를 순화하고,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으로 김재영 교수는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과한 노력보다는 제대로 된 공동체를 만드는데 치중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지역 이미지 생성을 위해 허황된 이미지를 역으로 유포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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