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던' 신뢰마저 깨진다

 
  '없었던' 신뢰마저 깨진다

  예고 없이 찾아온 지진으로  일부 경주 시민들은 이른바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던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지난 9월 12일 경주에 지진이 강타한 뒤 15분 뒤에야 발송됐다.
  이에 커뮤니티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의 ‘지진희 갤러리’에서 등장한 ‘지진희 알림’이 등장했다. 놀랍게도 이 알림 시스템은 22일에 다시 발생한 여진 당시에 국민안전처의 재난문자보다 빠르게 지진 소식을 알렸다. 청와대는 재난안전 문자를 일본 수준인 10초 이내 발송으로 개선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국민불안처’라는 오명을 얻으면서 믿음과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두 재단은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권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기됐다. 보름 만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8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기부하면서 만들어진 재단에 대한 의심은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평화의 댐’사건, 이명박 정권 당시에는 BBK 사건 등 매 정권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이 되풀이된다. 포털사이트에 ‘국회의원’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국회의원 비리’가 등장할 정도로 정치권력의 부정부패는 이미 하나의 사건을 넘어 상징이 되어간다.
  우리 학교는 세출예산 절감계획을 시행하면서 목표의 약 60%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자들의 실수로 인해 올해가 절반도 안남은 시점에서 세출 예산을 절감하라는 요청은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일부 단과대학이 절감계획에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는 것이 학교 조직 내부의 ‘신뢰’가 깨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굳게 믿고 의지함’이다. 우리들은 사회 체제 속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을 굳게 믿고 의지한다. 사전에 ‘신뢰’를 찾으면 ‘그는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다’라는 예문이 나온다. 이 예문처럼 우리가 ‘굳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회의원, 아니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신뢰를 얻는 일은 어렵지만, 깨진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세태는 없었던 신뢰마저도 깨버리는 기이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 의혹 제기에 대해 혼란이라고 치부하고, 학교는 재정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매번 조직의 체면과 단결을 주장하면서, 정작 결과로 이야기 할 때에는 우리에게 신뢰를 조금도 주지 못한다. 깨진 ‘신뢰’의 회복을 원한다면 덮어놓지 말고 불편하지만, 비판과 의혹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굳게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것이다.

표재동 기자
jd4147@cnu.ac.kr


 정부 3.0의 물결을 타고

 정부가 공공 데이터를 정부 3.0 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불어오는 빅데이터 처리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컴퓨팅 성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존까지는 처리하기 힘들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됐던 데이터들을 민간이 처리할 수 있게끔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종 창업 경진대회를 ‘공공 데이터 활용’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하며 여러 활용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빅데이터의 흐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활용 없이 쌓여있는 데이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오픈 소스로 대표되는 IT업계의 정보 공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오픈 소스 정책을 통해 IT 업계는 발전이 가속화 되었다. 즉, 더 이상 데이터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게 됐다. 이제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통계의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다. 통계는 그 자체로 중립적 성질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해석 되느냐에 따라 전혀 작성 의도와 다르게 읽히기도 한다.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 공개 시대의 문턱에서 서비스를 고안한다면, 우리는 핵심 목적을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수요자의 목적에 부응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한다.
  대학가에 창업 열풍이 불며 여러 창업 아이템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 회자되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와 같은 스타트업 펀딩 서비스에서 스타트업의 제품들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이들은 제품의 독창성이나 기술적 우월에 집중할 뿐 수요자, 즉 고객의 실질적 문제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삼성과 애플의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 삼성과 같은 전통적 기술 기업은 늘 신 제품을 소개할 때 제품의 기술적 우위를 어필한다. 이 제품이 전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몇 배 우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플은 달랐다. ‘우리는 당신의 문제점을 발견했고 이를 우리의 기술을 통해 다른 어떤 솔루션보다 편하고 빠르게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은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시작했다. 이제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기술을 통해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고 그 부가가치가 시장의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지, 해결한다면 기존의 솔루션보다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먼저 수요자의 불편을 파악해야 한다. 수요자의 문제점을 파악하려면 다시 수요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이런  스타트업의 자세는 어디서나 요구된다. 이미 소통은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정부 역시 그 흐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필두로 정부는 정책집행에 있어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책 수립에 있어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에게서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들을 때, 정부 3.0은 오롯이 완성될 것이다.

이정훈 수습기자
leejunghoo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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