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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3:00내 조별과제가 이렇게 끝날 리 없어!
충대신문 | 승인 2016.09.26 16:21|(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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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기 힘들겠지만, 세상에는 그러니까 ‘초능력’이라는 것이 실재한다. 아니,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너무나 사소하고 비루해서 능력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무능력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것을, 과연 ‘초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길냥이들에게 밥을 줄 때가 아니면 쓸모도 없고 귀찮아지기까지 하는 능력을 ‘초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애석하게도 그게 나라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날 좋아하고, 나도 고양이를 좋아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녀석들을 좋아해서 녀석들이 날 따른 건지, 녀석들이 날 잘 따라서 좋아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확실한 건 도도하기로 유명한 고양이라는 족속은 날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고, 남들보다 유별났다. 집에서 기르던 여섯 마리 고양이는 내가 먹고 자고 싸는 것밖에 할 줄 모르던 갓난아기 때부터 마치 호위기사처럼 날 지켰다. 걸음마를 뗀 이후부터는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길냥이들이 줄줄 무리 지어 쫓아온다. 이것도 초능력이라고 한다면, 그래 초-능력이겠지. 그래서 나는 이 힘에 ‘초능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걸 누구한테 자랑이라고 말하겠어? 그래서 이 초능력-은 나 혼자만 알고 있다.
  “어머, 너무 예쁘다.”
  “그러게요. 우연히 들어온 데가 고양이 카페라니.”
  “그냥 여기서 할까요? 더운데.”
  “네. 어차피 주변에 다른 카페도 없을 걸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말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몸이 녹다 못해 익더라도 꼭 다른 카페를 갔어야 했다. 조 막내의 그 확신에 찬 말투에, 그리고 몸을 비벼 오는 고양이들의 애교에, 그리고 무엇보다, 에어컨 바람에, 홀리듯 자리에 앉았던 것이 실수였다.
  날이 무척 더웠다. 조원 중 누군가-아마 음침한 인상을 풍기던 남자였던 것 같다-가 학교에서 먼 곳에 살아서 그 중간지점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애석하게도 그 카페는 하필 문이 닫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카페 머리털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을 걸었고, 늘씬한 고양이 모양의 간판에 유려한 글씨체로 쓰인 ‘cafe’라는 문구에 마치 오아시스를 찾은 듯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주문을 하고 커피가 나오기까진 고양이들과도 제법 놀아줬던 것 같다. 다들 너무 더워서 과제 얘기 같은 건 할 정신이 아니었다. 10분인가 뒤에 커피가 나오고 나서야 조장이 입을 열었다.
  “자료 조사는 해 오셨어요?”
  “네, 여기…….”
  자료 조사는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재밌는 수업이라는 얘기에 그냥 홀리듯이 신청을 했을 뿐이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와인이라는 주제는 좀 난감했는데, 그래도 검색 좀 하고 정리도 좀 하니까 어느새 끝나 있었다. 시간도 별로 안 뺏겼다.
  어, 그러니까, 사흘 밤 정도.
  “고양이가 원래 이렇게 사람 손을 타던가?”
  그런데 노트북을 꺼내는 순간부터 고양이들이 심하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조장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건 좀 이상한데. 평소 고양이들은 늘 세 발짝 뒤에 서서, 손을 벌리기 전에는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그들과 대화를 할 줄은 몰랐지만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들 나름대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고, 사랑이라는 것을. 그런데 녀석들은 오늘 좀 심하게 나를 사랑했다. 덩치가 큰 노르웨이 숲이 의자를 치고 가는 통에 의자가 휘청거렸다.
  “얘, 안 돼. 좀 이따 놀아줄게.”
  그러나 녀석들은 점점 테이블 여기저기로 달라붙었다. 평소 같으면 반가웠겠지만, 오늘은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날이 너무 덥고, 습했다. 게다가 무릎 위에 앉은 녀석들의 꼬리가 자꾸만 커피잔을 칠 듯이 아슬아슬하게 다가왔다. 엎지르면 조별과제도 조별과제지만, 내 노트북이 망가져!
  “어, 어, 얘들아 안 돼.”
  고양이들이 어느새 무릎, 테이블 위 할 것 없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할 수 없이 노트북을 들고 일어섰다. 몇 마리는 유연하게 바닥으로 뛰어내렸지만 한두 마리는 내 어깨나 머리 위로 타고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몇 마리가 다리를 물고, 잡고 늘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이었다. 그 녀석들을 발판 삼아, 또 그 녀석들을 발판 삼아 고양이들이 내게 돌진했다.
  고양이 한 마리, 이어서 둘, 셋, 여섯, 열 마리가 내 품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내 팔을 사정없이 밟았다. 한 마리는 버텼다. 세 마리는 위험, 여섯 마리는 아, 놓칠 것 같…… 그리고, 열 마리 째 녀석이 아주 노골적으로 노트북을 차고 들어왔다. 나는 뒤로 자빠졌고 노트북은 앞으로 날아갔다. 아주 옛날에, 꼬마였던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얘들아, 알겠느냥? 개다래나무도 가지 하나는 쉽게 부러지지만, 묶으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너희들도 마음을 하나로 합쳐 서로 협력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꺾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여라.
  “으아악!”
  알겠습니냥, 아버지.

  아니야, 고양이들이 그딴 대화를 했을 리가 없어!
  조원들이 허겁지겁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에 달라붙은 고양이가 무거워서인지 쪽팔려서인지 잘 모르겠다. 괜찮으세요? 고양이 속에서 더듬어 잡아오는 손길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고양이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무게감에 중심을 잃고 몸이 휘청였다. 반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밟았다. 콰직.
  “헉.”
  그래. 밟았지.
  “안돼…….”
  “어떡해…….”
  마지막 고양이가 눈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불길한 기분을 애써 감추며 발밑을 보았다. 화면이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고양이들은 신기하게, 그리고 요망하게도 늘 그랬던 것처럼 내게서 세 발짝 물러나 앉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조장은 너무나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그녀의 일이었으므로 내게 물었다.
  “백업은…….”
  고개를 저었다.
  “수리하려면…….”
  “최소…… 일주일이요…….”
  “아…… 어…… 하하하…….”
  누군가가 헛웃음을 지었다. 나도 헛웃음을 지었다. 웃겨서도 아니었고 슬퍼서도 아니었다. 왠지 이 뒤로 무언가 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조별과제, 망하는 거……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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