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의 놀라움

김찬동 자치행정학과 교수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설레임이 있다. 이번 학기에는 한 학기동안 강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교수인 나도 즐겁고, 학생들도 과목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할까를 고민한다. 일방적인 강의를 벗어나서 학생들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강의를 할 수 있기 위하여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게 된다. 이런 아이디어의 하나가 과목에 관련된 고전을 하나씩 추천해주어서 학생들이 몇페이지씩 분담하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는 플라톤의 정체·국가(politeia)를 부교재로 읽고 발표하게 하였다. 학생들이 요약된 내용만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톤의 저서 원문을 읽어 봄으로써 2천500년을 넘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번 학기에는 지방의회론의 과목에서 관련된 인문고전으로서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을 택했다. 의회라는 것의 본질이 사실 대표성에 있고, 대의민주주의의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의회는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적 기관이어서, 의회가 없이는 지방자치를 할 수 없고, 지방자치를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없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이 의회인 것이다.
  이 점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은 지방의회론의 이해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적합한 고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밀은 200년전에 영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공리주의 철학의 기초를 세운 사상가이다. 동인도회사에 35년간 근무하였고, 1865년에는 웨스트민스트 유권자들의 강권에 의해 하원의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음선거에서 낙선하자 저술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밀 자체가 아주 멋있는 인생을 살았던 것같다.
  대의정부론은 민주정부에 대한 성숙한 견해가 담긴 책으로 밀의 정치철학을 집대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 고전을 읽어보면, 놀라운 제안들을 하고 있다. 즉 좋은 정부형태는 어떤 것인가? 라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현재에 고민하는 문제를 동일하게 문제제기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왔다. 그것도 200년에 사람이  쓴 책에서.... 즉 최근에 우리 학교의 교내서점에 가서 새로운 읽을 거리의 책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돌아보던 중에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한 권 사왔는데, ‘위기의 정부, 어디로 갈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를 바꿔라’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공무원은 왜 변하지 않는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문제제기에 대한 답을 이미 200년전에 제시해 두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밀은 대의정부론에서 ‘대의정부가 가장 이상적인 정부형태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의정부의 작동을 가로막는 사회적 조건들, 대의기구의 주요기능, 대의정부에 생기기 쉬운 결함과 위험요소, 선거권의 확대, 의원임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지역대의기구, 연방대의기구, 다수파만 대표하는 거짓 민주주의 등 현재 지금 보아도 구미를 당기는 제목들이 즐비한 것이다.
  고전을 읽는 것은 과거만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우리들의 생생한 현실 문제를 높은 곳에서 조망하게 하면서 우리의 문제의 본질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충남대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통하여 교과목의 교재내용에 갇히게 하지 말고, 그 과목과 관련된 인문고전독서를 1권씩만 하게 하는 운동을 벌인다고 하면, 우리 학생들이 졸업하기까지 약 30-40권의 인문고전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시카고대학이 20세기초 하류대학이었다가 노벨상을 수십명배출하게 된데는 전교생에게 인문고전 100권을 읽도록 하였다고 한다. 1929년 허친스총장이 세운 “시카코플랜”이 그것이다. 철학고전을 비롯한 위대한 고전을 대학생들에게 읽히게 함으로써 위대한 꿈을 가지고 위대한 인생이 되게 한 인문고전독서운동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 충남대학이 대전충남의 거점대학으로서 한국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UP하기 위하여 모든 교과목에 인문고전을 1권씩 부교재로 읽게하는 운동을 일으키면 어떨까? 가을을 맞이하여 독서의 계절이라는 천고마비의 시절에 ‘그루터기’에서 충대의 웅비를 생각하고 꿈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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