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진원지

  지난 9월 12일 경주를 진원지로 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한국 사회는 당황했다.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은 흔들렸고 다들 대피 요령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진이 일어난 지, 이틀 뒤 나는 추석을 맞아 경주에 계시는 할머니를 뵈러 갔다. 가는 차 안에서 또 지진이 나는 것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할머니 댁에 가서 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방 한쪽 벽에 보기 흉한 금이 가있었던 것이다. 지진의 위험을 실제로 느낀 순간이었다. 추석 명절을 쇠는 동안에도 여진은 그칠 줄을 몰랐다. 땅이 흔들려 잠에서 깬 적이 있을 정도였다. 이미 낡을 대로 낡은 집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남몰래 마음을 졸였다. 그 자리에 모인 친척들도 다 그랬을 것이고 누구보다 할머니께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셨을 것이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땅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을 때 나는 무엇보다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 상황으로부터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한지 알고 싶었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의문들은 앞으로 발생할 지진과 여타 재난 상황에서도 동일하다. 그리고 이 의문에 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주체는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다. 재난 상황에서 개인이 인터넷을 알아서 뒤져가며 대피 요령을 습득해야 하고 가족과 연락을 해야 하며 재해 상황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지 예측해야 한다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책임자라고 생각하는 정부는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지진이 오르기 전까지 국민들은 긴급 재해 알림을 받은 적이 없고 국민안전처 사이트는 먹통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죄송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제도적으로 어떤 대책이 있고 추가적인 지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 인터넷과 SNS 상에서 오가는 주장과 자료가 모두 사실은 아니다. 그 중에는 근거 없는 소문이나 속설, 과장 섞인 말들도 분명히 있다. 그 말의 동기가 여론을 오도하려는 비뚤어진 심사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심정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다급함 때문일 것이다. 이 목소리에 공감하는 입장이라면 윽박지르기보다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반면에 그 시끌벅적함이 남일 같이 여겨진다면 조용히 하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국민안전처의 신설 계기가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었음을 기억할 때, 이번 경주 지진에서 보여준 정부와 국민안전처의 태도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괴담이 ‘신뢰할 수 없는 말’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면, 지진의 진원지는 경주였지만 ‘괴담’의 진원지는 다른 곳에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에 동의한다. 괴담은 뿌리 채 뽑혀야만 한다.
 

김찬혁(언론정보학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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