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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와 함께 대두되는 수업 교재 제본 성행
글/사진 표재동 기자 | 승인 2016.09.06 16:44|(1117호)

공부하려면 책은 사야해    VS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워

 

  새 학기를 맞아,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수업을 듣기 위해 교재를 구매한다. 그런데 서점에 들어가서 교재 가격을 보고 흠칫 놀란다. 한 권에 3만 8천원. 한 학기 전공을 3~4개 씩 듣는다면, 약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해야한다. 게다가 교양수업 교재까지 구해야 한다. 떨리는 손으로 책을 구매하고 수업을 들어갔지만, 많은 학우들이 교재를 제본하여 수업을 듣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책을 제본하는 것은 불법임에도 학생들이 제본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싼 전공책, 너무 부담스러워
  대학교의 수업 교재의 가격범위는 다양하다.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5만원, 심지어 20만원을 넘는 교재도 존재한다. 실제로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서적들은 비슷한 규모의 서적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약 732 페이지에 달하는 토익 책과 707 페이지의 전공서적의 가격을 비교하자, 토익 책은 정가 19,800원이고 전공서적은 정가 32,000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이에 해당 서적을 판매하는 출판사 ‘박영사’의 A 담당자는 “상대적으로 저자들의 대한 인센티브와 유통과정에서의 비용에서 차이가 난다”며 “또한 판매 규모가 클수록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서적이라도 가격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즉, 전공서적은 책이 담은 내용이 기타 서적보다 금전적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가격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수업 교재는 많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대학생 전공서적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학기 대학생은 평균 6.4권의 전공서적을 구매하고, 9.4만원을 지출한다. 이는 대학생 평균 한 달 생활비(약 48만 원)에 약 19.5%에 달하는 비용이다. 이렇게 비싸게 구매한 전공서적이지만, 정작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전공서적 구매 후 수업에 가져가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약 48.6%였고, 강의가 끝난 후에는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한다는 응답이 46.4%였다. 이처럼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한 학기만 사용하고 다시 찾지 않을 전공서적을 구매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A 학우는 “제본이랑 중고를 제외하면 한 학기에 6~7만 원 정도 교재 구매에 사용한다”며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대학교서도 학우들의 불만을 찾을 수 있었다. 본지 1115호 진로설계 보도에서도 교재를 살 수 밖에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전공, 교양을 가리지 않고 교재 구매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기사에서 책의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수업에 사용되는 일부분 때문에 에선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교재도 강매를 당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알고도 하게 되는 불법 제본 실태

 제본을 이용하는 우리 학교 A 학우는 “자주 볼 서적이라면 (제본하지 않고) 구매하지만, 제본이나 중고로 구하지 못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사야하는 경우에는 학점을 위해 새 책을 구매 한다”고 말했다. A 학우는 “단체로 제본을 부탁하면 정가의 50%까지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며 “주변 지인들도 대부분 한 학기에 최소 1~2권은 제본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일부 수업에 사용할 책을 교내 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A 학우는 “지난 학기에 교재로 사용한 책이 해당 교수가 번역한 책이었고,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어 교내서점에만 살 수 있었다”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매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A 학우는 “제본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다”라며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되팔아 영리를 남기지 않고 학습용으로 사용하는 자기합리화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A 학우는 “실제 처벌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어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체감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다른 생각을 가진 학우들도 있다. 우리 학교 김민태(경영학부·2) 학우는 “주로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용돈을 타서 쓰는 입장이라 부담된다”며 “학생에게 10만원 이면 양질의 기회비용이 많다. 하지만 당장 한 달만 생각하기보단 한 학기 전체로 생각하면, 책을 구입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면 결과론적으로 좋은 투자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본업체 또한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본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일부 업체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래서 제본을 의뢰하는 학생으로 잠입취재를 한 결과, 직접 방문한 4곳의 인쇄소 중 2곳에서 제본이 가능한 것이 드러났다. 제본이 가능한 2곳의 업체 중 한 곳에서 약 700페이지 분량, 정가 36,000원의 교재가 권당 약 24,000원으로 구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거절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학생들이 제본을 했지만, 요즘은 제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입취재한 업체의 관계자는 “개강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제본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제본이 여전히 성행함을 알 수 있었다.
 매 학기 마다 교재 제본이 성행하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땅히 나타나지 않을 모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2월 25일, 개강을 맞아 대학가에 출판물 불법복제를 집중단속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법복제의 가장 큰 원인인 경제적 이유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많은 학생들이 지갑사정을 이유로 제본을 찾고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수업 교재, 어떻게 부담 덜까?

 최근에는 학교를 넘어서는 중고책 매매가 이목을 끈다. 공유형 대학교재 대여 서비스 업체인 ‘빌북’은 학생들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교재를 매입하거나 위탁받아 다른 학생에게 대여하고, 그 수익금을 위탁자에게 정산하는 방식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62,777,420원을 교재 값을 절약했다. 빌북의 김여진 매니저는 “학생들이 안쓰는 책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책들이 돌고 돌아서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불법제본을 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교재를 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빅북 운동’이 등장했다. 지식과 정보는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하여 공유되고 나눠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등장한 저작권자들의 저작권 기부운동의 일환이다. 빅북 운동이 시작된 후 2013년, 조영복 부산대 교수를 중심으로 약 30여명의 교수진이 참여해 원론·개론 등의 기초과목 교재를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2014년에는 8권의 교재가 처음으로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무료 배포됐다.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 ‘BigBook’은 “교과서 생산구조를 생산-폐기라는 선형적 구조가 아니라 선순환적인 재생산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닫혀 있는, 사라지는, 일회용 교과서가 아니라 관심 있고 유능한 다음세대의 저자들이 마음대로 수정하고 보완해 보다 쉽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열려있고 살아있는 지속가능한 교과서가 돼야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표재동 기자  jd4147@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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