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성희롱, 일상적인 농담에서
 은밀한 단체 채팅방으로

  일상에서 구두로 이뤄지던 대학가의 성희롱은 이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음지화 돼 폐쇄성과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성희롱 단톡방의 피해자는 반드시 특정되지 않는다. 가해자들과 관계없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도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즉, 성희롱 단톡방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대학가의 어두운 단면인 것이다.
  단톡방 내 성희롱은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될 행동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인권 침해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인권센터 임정섭 팀장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감수성 부재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은 “단톡방 성희롱을 일상적인 장난 중 하나라고 보는 시선이 있어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생들이 대학 사회의 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A학우는 “단톡방 성희롱은 없어져야 할 문화이며 대학가의 암적인 존재” 라고 지적했다.

 꼬리를 물고 터지는 성희롱 단톡방…
 성 의식 제고 위한 교육 절실해

  지난해, 서울에 위치한 A 대학교 운동 동아리 회원 30여명이 성희롱 단톡방을 운영해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단톡방에서 여 학우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oo은 가슴은 d컵인데 얼굴은 별로니 봉씌먹(봉지 씌우고 먹어)’, ‘여자 낚아서 회나 치자’ 등의 대화를 나눠 충격을 줬다.
  B 대학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과 동기생 8명이 만든 단톡방에서 ‘새따(새내기 따먹기)’, ‘쿵떡쿵(성행위를 암시)’, ‘술집 가서 (술을 먹이고)자취방으로 데려오라’ 등 동기와 후배들과의 성관계·성폭력을 암시하는 대화가 오고갔다. 또한 특정인의 사진을 몰래 찍어 공유하는 행태까지 벌여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단톡방은 약 1년간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C 대학교 모 학과에서는 남자 동기생 단체 채팅방이 사실상 성희롱 단톡방으로 운영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슴만튀(가슴을 만지고 도망치기)’,  ‘먹버(먹고 버리기)’, ‘약물의 힘을(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를 암시)’ 등의 대화를 나누며 한 여자 동기생을 성희롱했다. 또한 같은 대학 주식 동아리에서도 도서관의 여학생 사진을 몰래 찍어 올리며 ‘이 가슴 진짜일까’ 등의 대화를 나눈 단톡방이 적발됐다.
  지난 1일에는, D 대학교에서 운영되던 성희롱 단톡방 일부가 유출돼 대화 내용이 교내에 대자보로 붙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성희롱 단톡방은 현재도 여러 대학교에서 고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속되고 있는 성희롱 단톡방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사회의 자성과 적절한 교육이 중요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은 “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기 여학생을 성적 대상화로 삼는 성 의식·윤리를 대학생 스스로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란 사무국장은 “학교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의 2차 피해를 막고 건전한 성 윤리를 위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학교 인권센터 임정섭 팀장도 “대학이나 사회의 최고 결정권자들이 성희롱 단톡방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런 인식이 있어야 대학생들의 성 의식 개선을 위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성희롱 단톡방은 교육을 통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톡방 성희롱의 끝은 형사·민사 처벌, 그러나 현실은 달라

  단톡방 성희롱은 형사·민사 처벌이 가능한 영역이다. B 변호사는 단톡방 성희롱의 형사처벌에 대해 “명예훼손과 모욕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 변호사는 “모욕죄, 명예훼손죄는 공연성과 특정성이 성립돼야 한다. 단톡방은 가해자와 제3자가 참여하므로 대화 내용이 충분히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져 ‘공연성’이 성립된다. 또한 성희롱 표현의 내용도 같은 과 혹은 학교라는 주위 환경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피해자가 유추되므로 ‘특정성’도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인터넷·사회적 네크워크가 발달하는 추세에 따라 닉네임, 별명 등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특정된 비방과 욕설은 명백한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피해자는 민사상 재판을 통한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단,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심리적 손해 등을 입증해야 한다. B 변호사는 “성희롱 단톡방에서 모욕 또는 희롱의 목적으로 올린 음란한 사진, 영상, 녹음 등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참가자라도 이에 동조한 행위자로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히 단톡방의 일원이라도 해당 대화를 보고 고발하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톡방은 사생활의 범주로서 법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B 변호사는 “음란한 대화라도 표현의 자유 범주에 들어가는 건 맞지만, 개인의 자유는 공공복리 또는 질서 유지를 이유로 제한받을 수 있다”며 “성희롱 단톡방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로써 인격권은 표현의 자유보다 더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처벌 기준이 있음에도 단톡방 성희롱 사건으로 형사·민사상의 책임을 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 각 학교에서의 징계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아직 사회가 성희롱 단톡방 문제를 정도가 심한 장난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성희롱 단톡방은 엄연한 인권침해, 위법행위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대학교 단톡방 성희롱을 막기 위한 성 윤리·의식의 제고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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