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우리 사회는 ‘시험’ 외에도 표현 능력도 중요하다. 서류전형의 ‘자기소개서’, 면접에서의 표현 능력.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마음속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그것을 상대가 공감하게 하는 것은 쉽게 보이지만 정교한 ‘기술’을 요한다. 과묵함이 미덕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이다. 이제 표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 유시민은 자신이 글을 쓰는 목적을 ‘정치적’이라고 했다. 보통 정치라고 하면 이념으로 무장한 후에 편을 가르고 대립하는 장면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정치적 글쓰기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기 위한” 것이다. 저자의 의도를 잠시 생각해 봤다. 가벼운 웃음과 함께 그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는 갈등으로 가득하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면 먼저 표현을 해야 한다. 그리고 표현은 오해 없이 정확해야 한다. 여러 갈등들이 해결된다면 우리는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의 근본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니까 글쓰기를 통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정치적 글쓰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솔직한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는 내면을 표현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일기 쓰기를 중요한 숙제로 내주셨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나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어떤 것에 대한 비평이라면 타당한 이유나 근거들을 분명하게 들어야 한다. 나를 표현하는 글을 쓴다면 내가 누구인지 핵심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표현을 할 때에는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문장은 과감히 생략하고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성인이라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막연한 표출이 아니라 논리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표현은 말이나 글을 통해야 가능하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은 형체가 없는 추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언어라는 틀에 담아야 한다.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이 읽어야 문장을 쓰는 기술을 증진시킬 수 있고 글로 표현할 정보, 지식, 논리, 생각 등의 다양한 글감을 무리 없이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중학교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배우는 책읽기’보다 ‘느끼는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 소설, 에세이, 비평, 기사 등 모든 형식의 글을 감상함에 있어서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헤아리기 위한 탐구와 고민의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순수한 독자가 되어 텍스트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느끼려는 노력은 거꾸로 자신이 필자가 되었을 때 자기 글을 읽을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와 작문은 양방향적 의사소통이기에 저자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나의 내면을 진솔하게 표현하면서 상대에게 강요하지 말고, 바꾸려 하지 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그 사람의 견해는 그것대로 존중하면서 그와는 다른 견해를 말과 글로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인생에서 정답이 없듯이 이 과정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견을 가진 상대방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간다면 저자의 생각대로 우리는 지금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을까?

『표현의 기술』, 유시민, 생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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