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단상

 

김기영국  어국문학과 교수

  8월의 하순, 아직도 한낮 폭염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에 부는 바람에서 가을을 느낀다. 이제 개강이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적이며 2학기를 준비하는 오후, 충대신문사에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원고 의뢰를 해왔다. 이에 나는 부모와, 교수와의 진정한 소통에 대해 소중한 지면을 할애하고 싶다. 각 경우에 있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소통의 방식을 들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배려가 있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고 싶다.

  며칠 전,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했을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근무하는 친구가 한 말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다. 요즘 친구는 노인 복지시설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나 손을 붙잡고 안부를 물으면 그분들은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신다고 했다. 사람들의 따뜻한 체온과 관심이 그리워서였을 거라 친구는 강조해 말했다.
사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성장하여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직접 표현했으면 좋겠다. 안아드리고, 손잡아 드리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는 그러한 관계였으면 좋겠다. 자주 카톡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그렇게 소통하는 관계였으면 좋겠다.

  20여 년 넘게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며 교수자로 살아오고 있다. 길을 가다가 학생이 다가와 인사해 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평소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C+ 학점을 주었던 학생을 거리에서 만났다. 그런데 뜻밖에도 밝은 얼굴로 반갑게 인사해 왔다. 보통은 좋은 성적을 주지 않았다 하여 외면하기 때문에 교수자도 사람인지라 섭섭함을 느끼게 되는데, 학생이 이러한 태도를 보일 때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얼마 전 저녁 식사를 한 후 산책하던 길에 작년에 가르친 학생을 만났다. “교수님, 저 7급 공무원에 합격했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내 일과 같이 기쁨을 느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숱한 세월 속에서 어디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겠는가. 교수자로서의 보람은 다른 게 없다. 교수자의 진심을 받아주고, 무엇보다도 반갑게 다가와 인사하는 것이면 족하다. 사제 간의 소통, 그것은 사소한 인사에서 시작된다. 인사는 인사를 하는 사람의 인격과 삶에의 열정을 드러내는 징표이다. 인사도 습관이니만큼, 인사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문득,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가 떠오른다. 부모, 교수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일은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우리가 부를 노래이다. 물론 어떤 경우든지 서로 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로써, 오해가 생기면 먼저 적극적으로 그 오해를 풀려는 자세가 요구 된다 하겠다. 친구, 연인, 이웃 간의 사귐에 있어서도 이러한 소통의 방식을 적절히 적용할 필요가 있으리라.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다가 금세 잦아들고, 다시 또 귀를 시끄럽게 한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과 이별을 준비하며, 가을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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