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어느새 개학이다’와 ‘드디어 개학이다’라는 말 중, 어떤 말이 먼저 당신 입에서 나왔는가? 두 문장은 매우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어느새’에는 세월의 속도에 눌린 당황과 허무감이 가슴을 스산하게 한다면, ‘드디어’에는 기다려온 사람이 갖는 떨림과 긴장감이 묻어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객관적이고 모두 동일한 것 같지만, 나와 세상의 관계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 자세도 모두 다르다. 젊었을 때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인생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마음먹기 달렸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좀 세상을 살아본 사람들은 젊은이들에게 자꾸 도전하라고 말하고, ‘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젊은이의 귀에는 그 말처럼 관념적이고 고리타분한 말이 없을뿐더러, 나아가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에게 모두 떠넘기는 무책임한 말도 없다. 지금 가정형편이 안되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새벽에 잠드는 학생들에게 자꾸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 막막한 취업으로 두려움에 떠는 학생들에게 자꾸 너만의 것을 찾아서 열정을 불살라보라고 하고, 또 불안해 죽겠는데 원래 젊음은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경제적 문제, 군대, 학업, 스펙, 연애, 취업 등 객관적인 문제들에 둘러싸여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는 마치 딴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진부한 타령 같다. 

 둘 다 맞다.
 이 세상의 진리는 하나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민만 하는 사람에게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뭐든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여 나가면, 지금의 세상은 다르게 보일 수 있고 그리고 결국 다르게 된다. 유명 웹툰인 ‘송곳’에 이런 명대사가 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원래는 갑을의 입장차이, 더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이해관계 차이에 따라 관점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의미로 작가가 쓴 말이지만, 이 말을 조금 다르게 사용해 보자. 누구든 태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면, 예전에 서 있던 자리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생기고, 새로운 기회와 해법의 실마리를 발견하기 쉽다는 뜻으로 말이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관점이 다르게 되고, 우리의 객관적 세계도 재배치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일해 보이는 개학도, 개학을 앞둔 태도와 행동의 차이로 인해 ‘어느새’와 ‘드디어’처럼 관점과 마음 자세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방황’이 ‘방향’으로 말 한 끗이 바뀌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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