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감축,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

 

곽효원 편집국장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소설 「토지」의 한 구절로 개강호의 문을 열었다. 즐거운 예감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학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 7월 말 학내 전 기관에 자체절감계획을 작성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대학회계 세출예산 절감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대학본부는 총 62억 원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62억 원의 긴급 감축의 원인에는 세입과 세출의 미스매치가 있다.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축 등으로 학내 세입은 꾸준히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건비, 공공요금 등을 포함한 경직성 회계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위한 대응투자 등으로 세출은 유지 증대됐다. 세출이 세입을 앞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대학본부는 세입세출의 미스매치를 5월이 돼서야 확인했다. 이는 간선제로 인해 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한 달가량의 공백 기간이 있었고 주요 보직자 발령은 1학기 시작 직전으로 늦어졌다. 예산편성위원장 발령 역시 늦어졌다. 지난해 기성회계가 없어지고 대학회계가 개편되며 업무파악에 대한 어려움도 존재했다. 결국 미스매치가 발생한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그런데 원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교육부가 깊숙이 연관돼있음을 볼 수 있다. 세입 감소는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정책과 연관돼 있다. 특히나 세출 증대는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였던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 간선제 추진 정책도 이번 회계 절감의 원인이 됐다. 결국 이번 우리 학교의 62억 절감의 배경에는 교육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교육부의 정책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이상 해당 상황은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줄어드는 세입에 맞춰 세출을 감축하면 된다고 하지만, 멀리 봤을 때 꾸준한 세입 감소와 입학정원 감축은 학교의 영향력과 발전에 제동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결국 국립대는 앞서 나온 토지의 질문에 마주치게 된다. 포기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도전할 것인가.
  그러나 그보다 앞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한 신뢰다. 대학본부는 이번 대학회계 세출예산 절감계획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한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하니 회계는 잘 몰라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학내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신뢰만이 현재 상황과 더 나아가 산적해있는 앞으로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될 것이다.
  문을 연 「토지」의 한 구절로 마무리 짓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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