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예술과 대중 간의 벽을 깨고 다가오다

  2년 전엔 러버덕이 석촌호수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제 슈퍼문이 석촌호수를 떠들썩하게 한다. 슈퍼문은 롯데계열사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처럼 조명이 깔리고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미술관에서만 작품을 보던 시대는 지났다. 지붕 없는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미술작품을 향유하는 시대가 왔다.

  공공미술?
  공공미술은 1967년 영국 미술행정가 존 월렛의 책 <도시 속의 미술(Art in City)>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마을 미술 프로젝트 김해곤 총감독은 “사적미술과 공공미술의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그렇지만 공공미술은 공공의 장소에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보여주고 소통하고 교감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미술은 전통적으로는 공적인 장소에 설치된 조형물 정도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단순히 공적인 장소에 설치된 조형물의 개념을 뛰어넘어 일회적인 설치 작품,  SNS 게시글 등 점차 광범위한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미술은 사회적 공론이나 토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은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난 뒤 공공미술이 지나치게 도시 개발의 수단화나 기업의 이미지 제고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에 반발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게르츠의 ‘반파시즘 기념비’ 가 있다. 작품은 윗면과 아랫면이 사각형으로 된 육면체의 금속 기둥이다. 본래 높이는 12 미터지만 땅 속의 공간으로 점차 사라져 가도록 설계됐다. 게르츠는 작품 표면에 시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써 넣도록 유도했다.
  게르츠 부부는 “우리는 하르부르크의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우리 작품에 이름을 남기고 가기를 요청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름들이 이 12미터 높이의 기둥을 뒤덮을수록 점점 더 땅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하르부르크의 파시즘에 대항하는 기념비가 있는 장소는 텅 비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불의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입니다” 라고 이름을 써넣을 수 있게 설계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 ‘반파시즘 기념비‘는 작품의 주제인 파시즘이나 독일 역사 등에 대한 생각이 공론화되는데 영향을 줬다.

 
 공공미술의 우선적 가치는 ‘교감’
  지난 8월 세계적인 온라인 미술 매체 아트넷뉴스(news.artnet.com)가 발표한 ‘가장 미움받는 공공 조형물 10선(The 10 Most Hated Public Sculptures)’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 설치된 조형작품 ‘아마벨(Amabel)’이 올라갔다. 작품이 세워질 당시에도 흉물스러움을 이유로 철거될 뻔 하기도 했다. 아마벨이라는 이름은 프랭크 스텔라라는 작가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친구의 죽은 딸을 추모하기 위해 지었으며, 비행기 잔해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김해곤 총감독은 “세계적인 작가가 설치한 작품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지만, 지역성이나 관람자의 공감이나 보는 사람의 이해도가 고려되지 못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코엑스에 설치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형상화한 조각상도 적합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공공미술이다. 싸이의 말춤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4억원을 들여서 지었지만, 예술적 가치나 지역성은 배제돼 논란이 됐다.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혈세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서울시에서 ‘한강 이야기 만들기 사업’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모습을 한 거대 조형물을 한강공원에 설치한 것도 소통이 부재한 공공미술의 예다. 괴이한 형상과 10여 년 전의 캐릭터를 뒤늦게 조형물로 만드는 등 적합성과 지역성이 고려되지 않아 흉물로 전락했다.
  이에 반해 경상남도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은 공공미술의 일환인 벽화로 인해 관광지로 각광받게 된 대표적인 예다. 감천문화마을은 특히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카페, 숙박시설 등도 증가해 마을조합이 활성화됐다. 이로 인해 노인들만 눈에 띄던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함께하기 시작했고 마을 경제가 발전했다.
  일본의 나오시마 마을도 소통과 교감을 통해 성공한 공공미술의 대표적 사례다. 나오시마 마을의 ‘집 프로젝트’는 오래된 민가를 현대미술로 재생시킨 것이다. 인구유출과 고령화로 인해 폐가가 늘어나자 나오시마 동사무소가 제의해 시작됐다. 집들이 점차 예술작품으로 변화하며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졌고 지금의 나오시마로 이끈 대표 사업이 됐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단순한 작품의 예술적 가치만큼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교감, 지역적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미술이 가지고 있는 숙제
  올해 초 이화 벽화마을에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벽화 때문에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과 지나친 사생활침해로 주민들이 벽화를 지우기까지 한 것이다. 벽화마을 주민들은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 이라며 푸념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서 김해곤 총감독은 “공공미술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선 작가, 관람자, 정책 모든 부분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해곤 총각독은 “관람객은 성숙한 태도가 수반되어야한다”며 “공공미술도 하나의 작품이다. 공공미술이 있는 곳은 하나의 미술관이다. 작품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공공미술의 발전을 위해 김 총감독은 “작가는 지역성과 아이덴티티를 고려해 작품성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행정적으로는 지나치게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해 싸게 많은 양의 작품을 우후죽순 만들려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강남구청,사하 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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