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엔 무엇이 있을까. 요즘은 만원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책 한권을 사도 만원이 넘고, 학식을 두세 번만 먹어도 만원이 사라진다. 버스로 집을 왕복하면 순식간에 2500원이 사라진다. 쓸 일은 많은데 지갑은 날이 갈수록 가벼워진다. 후배들한테 밥이라도 사주고 나면 며칠간은 강제로 학식을 먹어야 한다. 만원으로 살기 너무 각박한 세상이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581명을 대상으로 2015년에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생활비는 월평균 36만 6천원으로 하루에 약 1만 2천 원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2015년 7월 발표한 대학생 체감 경기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소비자 물가 지수는 2015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전체 소비자 물가  지수 109.82보다 더 높은 113.26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에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없다. 취미활동은 사치가 됐다. 취미를 즐기기보단 등록금을 위해 돈을 모으고,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는 게 일상이 됐다. 실제로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생활비가 줄어든다면 가장 먼저 줄일 항목 2위가 문화 및 여가 생활비였다.

  이처럼 각박한 현실에 문화 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는 요즘 학생들을 위해 이번 학기 문화면에서는 ‘만원으로 즐기는 취미생활’ 고정란을 준비했다. 인간은 본래 문화적 존재라고 했다. 취미생활은 스트레스로 넘쳐나는 일상을 탈피해 줄 하나의 돌파구이며,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존재다. 혹시 당신도 이력서 취미란에 쓸 게 없어서 머뭇거렸다면, 만원을 들고 문화면 고정란을 읽어보자. 만원으로 경험한 취미생활에 대한 솔직한 후기를 적었다.

  만원으로 컬러링북을 샀다. 색칠공부를 안한지는 오래됐다. 어릴 때 아바타 옷 색칠하기 이후로 처음이다. 어른들의 색칠공부라고 노래를 부르길래 한번 해보고 싶었다. 색칠공부면 색칠공부지 어른들의 색칠공부라니. 왠지 흥미가 돋는다. 꽤 비쌀 것으로 생각했는데 7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색연필이나 물감은 중학교 미술시간 때 쓰고 집에 묵혀뒀던 것들을 꺼냈다. 오랜만에 꺼내니 색연필에 그려진 웨딩핏치가 수치스러웠다.

 별다를건 없다. 컬러링북이 오면 색연필을 꺼내들고 색칠을 하면 된다. 엄마가 뜬금없이 색칠공부를 하는 기자를 한심하게 쳐다본 것 같았지만 기분탓이다. 기자는 별로 그림에 소질이 없다. 사람은 자고로 졸라맨이다. 게다가 기자는 섬세함에도 소질이 없다. 그래서인지 컬러링북이 체질에 안 맞았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색연필을 바꿔가며 색칠하자니 머리가 아파온다. 얼마 가지 않아 이 색이 저 색 같고, 저 색이 이 색 같은 지경에 다다른다. 세세하게 하나하나 칠하니 손에 쥐가 날 것 같다.

  그래도 참자를 되새기며 두 세번 색을 바꿔 색칠하다가 결국 그만뒀다. 첫 번째 취미생활 만들기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컬러테라피 효과와 ANTI-STRESS 효과가 있다고 하기도 하니 섬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취미생활로 즐기기 괜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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