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범인 김씨

 타산지석(他山之石)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은 부싯돌처럼 대한민국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까지 신학원을 다녔던 34세 김 씨는 17일 새벽 1시 20분경 서울강남역 인근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3살 여성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 씨는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놀던 중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특히 김 씨와 A 씨는 전혀 일면식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범행 후 김 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김 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때문에 극단적인 여성혐오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이 사건을 ‘명백한 여섬혐오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UNDOC(유엔 산하 마약 및 범죄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율이 남성보다 높다. 강남역 추모현장에 붙이는 포스트잇에는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라는 추모문구가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선 김 씨가 이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이는 애초에 범행동기 자체가 ‘여성혐오’라는 것이 지극히 비정상적인데, 이런 비정상성은 김 씨의 정신질환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 사건을 통해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경찰은 김 씨의 범죄를 ‘정신이상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추모객들은 강남역 추모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결국 정답은 어디에도 없지만 하나의 원칙은 있다. 그것은 사회 시스템·인식의 부재로 한 여성이 억울하게 피해자가 됐고, 이에 대해 우리가 향후 어떤 논의를 하든 간에 최우선적으로 A 씨를 추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소모적인 논쟁 속에 결국 추모 정신은 설 곳을 잃었다. A 씨는 ‘여성’이기 때문에 불합리하게 피해자가 됐고, 김 씨 또한 ‘정신이상자’였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인을 벌였다. 그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인 다음, 원칙을 지키면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서로의 주장이 진리라고 싸울 일이 아니라,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거머쥔 돌을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부싯돌로 썼다. 이제는 이 돌을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옥을 가는 데 써야 한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삼아 여성은 물론이고 모든 시민이 안전한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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