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광주극장

 세월의 무게는 무겁다. 그리고 여기, 그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담고 있는 극장이 있다. 광주극장은 광주 충장로에 위치한 영화관으로 1934년 개관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지금까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관이다. 올해로 개관 82주년을 맞았다. 광주극장은 상영스크린이 단 하나뿐인 단관이며 객석은 862석 규모이다. 영화는 일반 상업영화가 아니라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따로 지정좌석제로 운영되지 않으며, 예매 후에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광주극장 앞을 찾아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손으로 그린 간판이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80주년 기념 손간판이 걸려 있었다. 손간판은 손간판으로 만들만한 영화나 주제가 선정되면 그때 바뀐다고 한다. 광주극장은 겉모습부터 매표소, 내부까지도 옛 모습 그대로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오래된 영사기,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영화 포스터들이 로비 곳곳에 남아있다. 커피와 음료를 파는 카페도 정겹다. 따로 커피숍이 있는 것도 아니고 1층 로비에 턱하니 놓여있는 탁자위에 커피포트와 종이컵들이 놓여있을 뿐인데도 시선을 끈다. 상영관 내부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음료 외에 외부 음식물 반입은 금지다.
 광주극장의 상영관도 옛날 모습 그대로다. 좌석은 층별로 나눠져 있다. 862석의 대규모 좌석과 하나의 상영 스크린은 영화보단 공연을 보는 느낌을 준다. 극장 자체가 희소한 만큼 상영하는 영화도 희소성 있는 영화들을 테마로 한다. 일반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를 특별한 영화관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모님과 같이 오면 부모님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한껏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하다. 광주극장은 세월과 시간의 무게만큼 깊은 추억의 향기를 담고 있는 극장이다.
 
▶오늘의 상영작
 45년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45년 후는 45년을 함께 산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건강이 좋지 않지만 아내를 자상하게 챙기는 제프와 그의 아내 케이트. 둘은 결혼 45주년 기념파티를 앞두고 있다. 둘에게 결혼 45주년 기념파티는 그 무엇보다 특별하고 애틋한 날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제프에게 45년 전 첫사랑의 시신이 알프스에서 발견됐다는 연락이 온다. 제프의 첫사랑은 케이트를 만나기 전에 결혼을 전제로 함께하던 여인으로, 함께 여행 중 불운의 사고로 사망해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헤어진 사람이다. 그 연락을 받은 뒤로 제프는 안절부절한다. 모든 일상이 첫사랑의 이야기로 점철되고, 매일 과거 그 여인을 추억하고 기억한다. 남편의 그런 모습에 케이트는 점차 실망하고 예민해지고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이 생긴다.
 영화는 두 사람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오랜 세월 함께 했기에 더욱 더 느껴지는 서로 간의 감정차이와 실망감, 배신감을 케이트의 표정과 행동에서 느낄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과 사랑은 낯설다”라는 영화 포스터의 문구처럼 긴 세월이 야속하게 서로에게 몰아치는 감정의 동요가 그대로 전해진다. 서로에게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45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만큼 무겁고 어지럽게 사랑과 관계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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