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속, 갈 길이 먼 양성평등과 보이지 않는 차별

▲ 우리 학교 학생자치기구의 남녀 임원 비율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여성 후보자는 총 2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전체 국회의원 중 17%가 여성의원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양성평등을 지향하며 은연 중에 존재했던 성적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사회 내, 학생 자치기구에서 여성 학우의 입지는 어떨까?

 변화하는 대학가
 대학가의 학생자치기구 내에서 여성의 입지가 상승한 것은 최초의 여성 총학생회장이 등장한 이후다. 2000년, 연세대 37대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정나리 씨가 최초의 여성 총학생회장의 주인공이다. 당시 정나리 총학생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총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년 서울대에선 3번째 여성 총학생회장이 선출됐다. 단독후보로 출마했던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여성후보임과 동시에 선거운동 기간에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화제가 됐었다. 서울대에선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86.8%라는 이례적인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김보미 총학생회장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극복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지난 달, 중앙대학교 학보사 ‘중대신문’에 따르면 중앙대의 각 단과대 회장단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의 3년간 성비를 비교한 결과, 여성 회장단의 비율이 19%대에서 30%대를 돌파하면서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가 전반에 걸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남자 학우들의 비중이 많던 학과에 여자학우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학교 인권센터 임정섭 팀장은 “남성만의 전유물이라 인식되던 전공(의대, 공과대학의 세부 학과 등) 학과의 여학생 비율이 증가하는 것만 봐도 학내 여학생들의 입지가 많이 향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 갈 길이 먼 양성평등
 우리 학교의 학생자치기구 내의 여성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우리 학교 9개 단과대학운영위원회(단대학생회장단, 학과학생회장단)와 총학생회, 총대의원회(집행부 제외) 임원 성비를 조사해본 결과 전체 임원 265명중 여성임원은 85명이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 기관에서 여성임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 곳은 생활과학대(8명 중 4명), 사범대(12명 중 6명), 예술대(10명 중 6명) 4곳에 불과했다. 특히 인문대는 단대운영위원회 전체 14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단 한명에 불과했으며, 경상대 1명, 농생대의 운영위원회에선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단과대와 기구에만 여성 임원이 균형적으로 존재하고, 일반적으로 다수의 임원이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성별고정관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임정섭 팀장은 “대부분 학생회장이나 부회장 등 주요 간부는 남성이 해야 하고, 여성과 관련된 자치기구에 한해서만 여학생들을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별고정관념이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직 깨지지 않은 ‘유리천장’
 한편 학생자치기구의 직위에서도 남·여의 차이가 드러났다. 생활과학대의 경우 모든 학과학생회장은 남성, 학과 부학생회장은 여성으로 구성됐다. 현재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의 대표자도 남성이며, 대부분의 과 학생회장들 또한 남성이다.
 회장직 입후보 과정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우리 학교의 모 학과 부학생회장을 역임했던 A 학우는 “과에 여 학우들이 많아 과 특성상 표면적으로 부당하거나 차별대우를 받진 않지만, 은연 중에 여자학우들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A 학우는 “학생회 구성을 보면 여 학우들이 많은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여 학우의 비율은 10 대 3정도이다. 물론 학생회 활동에 남 학우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분위기는 거의 남자학우들이 해야 한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A학우는, “부학생회장을 할 때, 단과대 학생회 경험도 있었고 업무 능력이나 개인 역량에 있어서도 내가 더 높은 인정을 받았지만, 은연중에 회장은 복학한 남자가 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부회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해당 학과에선 학생회장을 사실상 남학우 모임에서 내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 학우는 “복학생 모임이나 남학우 모임에서 소위 ‘형들이 밀어주는’ 남학우가 학생회장이 됐다”며 “내가 부회장이었을 때처럼, 올해도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학생회장을 희망하는 여자 학우가 있었지만, 남학생 모임에서 언급됐던 남자 학우가 회장, 여자학우는 부학생회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학교에선 여자학우들의 자치기구 진출을 방해하는 유리천장이 상당수 학과에 존재한다.
 임정섭 팀장은 “교내 여러 기관에서 인권이나 양성평등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의 양성평등 의식 향상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개인의 의식이 모여 문화로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을 위한 과제
 최근 사회적으로 여권 신장이 높아졌다는 인식 이면엔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우리 학교 곳곳에 여학생휴게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학생 휴게실이 별도로 없다는 이유로 남학생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 학우는 “공강 시간에 여자학우들은 여학생 휴게실에 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남자들은 그런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카페나 대학가로 나가야해 돈과 시간이 더 든다”고 말하며 학내 공간 사용에 있어서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음을 말했다.
 양성평등이라는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단순히 여성들의 편의를 높이거나 배려만이 아닌, 성에 의한 고정관념이나 차별을 깨고 성 구분 없이 공평한 기회 가 주어져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인권센터 임정섭 팀장은 “학내 정책결정권자와 학생임원 등 주요 간부들이 양성평등으로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러한 의식변화는 학내 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양성평등 사회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 성으로만 서로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인 개체로 서로를 바라보는 감수성을 높인다면 자연스럽게 양성평등이 이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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