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엇을 하셨나요?

유원선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필자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첫 등교하는 날에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알아왔던 친구들이 없어서도, 처음 와보는 공간의 어색함 때문은 아니었다. 아무도 나를 인지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고 내가 여기에 있건 없건 누구하나 뭐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고등학교 때까지는 하루 종일 내가 해야 하는 일과는 누군가가 정해주었다. 정해진 일정 속에서 열심히만 하면 되는 틀 속에 익숙해진 나는 대학 첫날의 어색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대학 생활은 모든 것이 내 선택이다. 수업을 빠져도(물론 후폭풍이 조금 걱정되지만) 심지어 시험을 보러 가는 것조차도(강력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선택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대학생활을 하면서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나하고 다르다고 잘못된 것이 아니고 어쩌면 답은 다른 사람에게 있을 수도 있다.
 필자는 하루에 꼭 해야 할 일을 정해 놓는다. 영어 공부 30분 이상, 운동 1시간 이상을 꼭 해야 하는 목록으로 생각한다. 영어 공부, 운동 등이 키워드가 아니다. “생각을 한다.”가 키워드다.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하루가 지나가면 장기적으로 아무런 일이 아닐 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항상 찜찜하다. 아무리 중요한 일로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것을 못하고 지나간 하루가 보람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일 두 배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신적으로 힘들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자신의 신념이고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학생 여러분들도 하루를 보내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 것이 이왕이면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게임을 한다.” 이런 계획은 결심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너무 쉽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고, 결코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없다. “나는 평생토록 하루에 10시간 이상 도서관에서 공부해야지!” 너무 어렵다. 자신을 너무 학대하지 말자. 못 지켜도 아무런 상관없는 비현실적인 계획이 아닌 부담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조그만 결심으로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자. 가장 좋게는 미래에 도움이 되고 꾸준히 해야만 도움이 되는 일을 계획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사회가 건전하다면 아무도 여러분 인생을 조정하거나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남보다 좋은 대우를 받으려고 기대하지 마라. 나라도 내 자신을 어떤 틀에 다잡아야 한다. 스스로 꼭 해야 할 일을 정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을 나의 습관으로 만들어보자.
 “아무리 해당분야의 천재라도 일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명언이 있다. 과연 일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일이 없으면 너무 불안해서 다른 어떤 일상생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굳이 일이 재미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고 착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꼭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다. 내가 정한 계획을 꼭 해야만 잠이 오는 사람이 되어 보자. 재미없어도 착각하면서 살아보자. 나중에 큰 보상으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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