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옥시레킷벤키저(RB 코리아) 전 현직대표)

삼수갑산(三水甲山) :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곳’을 의미함

 삼수갑산과 ‘산수갑산(山水甲山)’은 자주 혼동되는 사자성어다. 그러나 그 뜻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한번 가면 돌아오기 힘든 곳’을 의미하지만, 후자는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을 뜻해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최근, 대한민국이 ‘돈’ 벌기 좋은 산수갑산인 줄 알았다가 결국 삼수갑산으로 가버린 기업이 있다. 바로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영국계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그 주인공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최근에 만 수면위로 드러난 건 아니다. 지난 2011년 4월, 폐질환으로 의심되는 임산부가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인과관계를 인정해 옥시 제품 등 6종을 수거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에 대해 가장 책임이 큰 옥시(가습기 살균자 사망자 94명 중 70명이 옥시 사의 ‘옥시싹싹’을 사용)는 수거 명령이 있던 그 해 말, 법인 형태를 실적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또한 작년 초 환경부가 피해자 지원 대상 및 방안을 발표하기 전 사명을 ‘RB 코리아’로 바꿨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또한 옥시(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계 제조회사 레킷벤키저가 동양화학그룹 개열사인 옥시를 인수해 설립한 한국 법인이다. 인수 당시 옥시는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살균제 성분인 ‘PHMG’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로 시판한 상태였다. 때문에 옥시가 PHMG의 위험성을 알고도 원가절감을 위해 출시를 감행한 것이 의심된다. 게다가 PHMG 성분을 납품한 ‘SK 케미칼’이 해당 성분에 대한 위험성 보고서를 옥시에 보낸 것이 발견되면서 사실상 회사가 유해성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옥시는 2011년 임산부와 영·유아 사망이 잇따른 이후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고의적으로 없앴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옥시는 당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와 호서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에 실험을 의뢰했다. 그러나 그 중 불리한 결과는 왜곡하거나 은폐해 정부에 제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 의뢰한 실험에서는 옥시 제품에 노출시킨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가 죽었는데도, 이를 누락해 정부에 보고했다. 게다가 살균제에 대한 각종 부작용을 호소한 소비자 글과 이메일을 삭제하기도 했다.
 옥시가 보인 약 10년간의 행적을 보면 원가절감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자본주의의 잔인함에 고개를 젓게 된다. 또한 옥시가 한국을 돈 벌기도 쉽고, 법망도 허술한 3류 국가로 인식했다는 것도 우리 정부가 관련 규제에 얼마나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를 방증한다.
 현재까지 옥시를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사망한 사람은 94명, 피해자만 1528명에 달한다. 그러나 옥시의 해당 제품은 판매 중단전까지 매년 6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린 히트상품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인과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해 신고 자체를 안 한 피해자까지 포함해 실제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옥시의 잔인함과 무책임함은 말 그대로 ‘한번 가면 돌아오기 힘든 곳(삼수갑산)’까지 이미 나아갔다. 그러나 더 믿기 어려운 사실은 옥시의 모회사인 영국기업 레킷벤키저가 작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글로벌 지속 가능 경영 100대 기업 중 7위에 선정됐다는 점이다. 또한 영국의 리즈 경영대학이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 안에도 들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한 국가의 국민들을 실험용 쥐 다루듯 하면서,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거대한 자본을 챙겨 본국에 돌아 와야 한다. 즉, 유해성에 대한 고려 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저렴한 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기업의 가치는 올라가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 세계 자유시장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윤리·책임 의식을 누가 가장 멀리 보내는 지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번 옥시 파동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다른 기업들은 옥시보다 더 도덕적이고 양심적으로 이익을 획득하고 있을까?’ 어느 때보다도 기업의 존재 목적과 윤리성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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