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조성근 심리학과 교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부딪쳐라 짜릿하게!” 

 

 디즈니(Disney)에서 제작한 에니메이션 라푼젤(Rapunzel)은 유명한 독일 동화이다. 임신한 아내가 어느 날 이웃에 사는 마녀가 키우는 독일 양배추인 라푼젤이 너무 먹고 싶어 남편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남편은 라푼젤을 훔치다 마녀에게 들켰고, 마녀는 곧 태어날 아기를 자신에게 주는 조건으로 남편을 용서했다. 아기가 태어나자 약속대로 마녀는 아기를 숲 속에 있는 높은 탑으로 데려가 가둬버렸고, 라푼젤이라고 불리는 이 아이는 마녀에게 바깥세상은 위험하니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들으면서 자랐다... 중략.

 많은 동화들이 전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나 교훈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이나, 필자의 전공이 심리학이다 보니 심리학적 관점에서 라푼젤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 문명과 과학을 발달시켜 나가고 있지만, 이러한 능력은 직접적인 유발자극이나 상황 없이도 심리적 고통을 일으킬 수 있다. 라푼젤은 마녀로부터 바깥세상은 위험하니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들어왔다.  따라서 라푼젤은 마녀가 없을 때 탑 밖으로 나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라푼젤은 바깥세상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계속된 마녀의 언어적 경고로 머릿속에 이미 바깥세상의 위험성에 대해 각인이 되어 있던 것이었다.

 생각을 생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융합’이라고 부른다. 즉, 생각의 내용에 대한 강한 믿음이 내재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은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행동을 불필요하게 경직되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라푼젤은 직접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바깥세상이 위험하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발표에 자신이 없어 발표를 요구하는 수업을 피한다.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어 사람 만나기를 꺼린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다른 일을 찾는다. 실제로 발표를 못할 수 있고, 대인관계 기술과 특정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업을 듣지 않고,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고,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찾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우리의 강한 믿음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라푼젤은 큰 용기를 내서 바깥세상을 경험하고자 탑 밖으로 나오게 됐고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우리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막상’ 행동을 해보면 우리가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강한 믿음을 지지하는 증거만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의 행동을 막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 혹은 믿음 때문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요즘 나오는 맥주광고 카피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부딪쳐라 짜릿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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