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블록버스터 그리고 아트버스터!

 한번쯤 늘상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상업 영화에 질린 적이 있을 것이다. 상영 시간표에 한 영화만 주구장창 자리잡고 있어 영화관에서 발걸음을 돌려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상업영화와 획일화된 영화 시장에 질렸지만 왠지 모르게 예술 영화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맞는 특별한 영화가 있다. 바로 예술적이면서도 상업적인 영화, 아트버스터다.

 아트버스터란?
 아트버스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대두된 개념이다. 아트와 블록버스터의 합성어로  2012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처음 대두됐다. 이 후에 2014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흥행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아트버스터라는 장르를 “예술 영화와 블록버스터를 합성한 조어”라며 “사실상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지만, 흥행적인 성과를 추구하거나 흥행을 거둔 경우를 일컫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다양성 영화에 끌리는 사람들
 다양성 영화는 작품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 저예산 영화를 일컫는다.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시네마워크 사업계획안'에 언급된 용어로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2010년 190편과 2011년 197편으로 200편이 채 넘지 않던 다양성 영화 개봉편수는 2014년엔 367편, 2015년 347편을 기록했다(표 1). 관객수 10만명이 넘는 다양성 영화의 수도 2012년에는 6편 2015년에는 14편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특히 2014년은 작품성있고 흥행성까지 갖춘 다양성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아트버스터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열풍을 일으켰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비긴어게인’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수많은 다양성 영화들이 연달아 10만 관객수를 넘기는 흥행을 했다. 특히 비긴 어게인은 1만 관객만 넘어도 흥행이라 일컫는 당시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300만 이상의 관객을 끌기도 했다. 더불어 CGV의 아트시네마나 메가박스의 아트나인 등 대형 멀티플렉스 계열의 다양성 영화 전용관도 확대됐으며, 전국에 독립영화 전용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양성 영화의 최근 흥행 요인에 대해 최광희 영화 평론가는 “대다수의 관객이 ‘다양성 영화’라는 범주를 인식하며 영화에 접근하지는 않는다”며 “상업영화의 다소 뻔한 흥행 코드에 식상해진 관객들이 뭔가 ‘다른’ 영화를 찾는 것이고, 그 작품이 재미 요소까지 갖췄을 때 흥행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기준 표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한 장면 / 출처 네이버 영화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 그 사이
 그렇다면 다양성 영화들이 상업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흥행 성적을 거둔 다양성 영화  중에는 실화 위주의 영화들이나 상업 영화에서는 다루기 힘든 부분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 최근에 개봉한 위안부 소재의 영화 ‘귀향‘이나 여고생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한공주‘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상업 영화보다 적은 제약은 민감한 내용의 소재를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상업 영화의 뻔한 스토리에 반하는 영화를 만들기도 수월하다. 또한 감독들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성 영화는 다큐멘터리 등 영화의 장르와 표현방식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노인과 일소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 흥행을 했던 ‘워낭소리’나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다양성 영화는 상업영화로 채워지지 않는 우리의 섬세한 감성을 자극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캐롤‘ 테레즈가 캐롤을 사랑하는 마음을 테레즈가 캐롤을 카메라로 찍는 장면을 통해 드러내며 관객들의 감성을 불러일으켰고,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에 나온 섬세한 영상미와 디테일한 소품들, 그리고 환상적인 색감은 다양성 영화만의 매력을 살렸다.

  다양성 영화의 그늘
  이처럼 다양성 영화는 우리의 다양한 입맛을 맞춰주는 상업 영화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만 명만 넘어도 흥행 성공이라는 과거와 달리 다양성 영화 제작 시장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제작비 규모가 높은 아트버스터 영화도 등장하고 있다. 2014년 개봉한 ‘조난자들’의 제작비는 3억 원으로 4만 명은 관람해야 순 제작비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고, 같은 해에 개봉한 ‘산타바바라’도 5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준이었다. 이 외에도 다양성 영화 사이에서의 빈익빈 부익부나 배급사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작품이나 다양성 영화 전문 배급사의 위기 등 다양성 영화와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광희 영화 평론가는 “다양성 영화 시장은 메이저 배급사 위주인 영화 시장의 상업주의와 스크린 독과점에 의해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며 “간헐적으로 아트버스터가 등장하는 것은 예외적 현상일 뿐, 전체적인 산업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상업 영화 일색인 극장 구도를 바꾸려면 스크린 독과점을 견제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2014년에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등을 문제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규제와 대형 멀티플렉스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지원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제 됐다. 그러나 대형 멀티플렉스의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을 국가에서 지원을 할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지역 독립영화관의 운영이 더욱 영세해질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예술영화, 독립영화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우리에게 멀리 있지도 않고 생각보다 어려운 장르도 아니다. 하루에 한 편꼴로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가진 다양성 영화가 나타난다. 늘상 보는 그렇고 그런 영화에 질렸다면 아트버스터 영화로 시작해 다양성 영화의 매력에 빠져 다채로운 영화 시장을 만드는 발검음을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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