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창현아빠·민성아빠 인터뷰…참사 1주기 때부터 2주기까지의 삶과 생각

 

▲ 지난 8일, 안산 분향소 앞 쪽지함에 있던 한 문구.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말을 쪽지에 적었다.
▲ 지난 8일, 직접 찾아간 안산 분향소의 전경. ‘잊지 않겠습니다’라 적힌 판넬이 눈에 띈다.

“저희 가족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저희 애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왜 내가 이래야 하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국민들이 눈 부릅뜨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데 관심을 보여주셔야 해요. 그래야 이 나라에 희망이 있어요”
 직접 만난 세월호 유가족 ‘창현아빠’ 이남석 씨와 ‘민성아빠’ 김홍열 씨와의 인터뷰는 눈물겨운 호소에 가까웠다. 그들은 국민들의 관심이 세월호 진실에 다가가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라 말한다. 이젠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남석 씨와 김홍열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참사 1주기 이후의 삶을 전한다.

 세월호 1주기부터 2주기까지…
 변한 건 없다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다가오지만 ‘창현아빠‘ 이남기 씨는 창현 군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창현 군은 공부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와 수학 과외를 다녔지만 실증을 느껴 2학년 때 그만뒀다. 이남기 씨는 아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길 바라 공부로는 잔소리도 안했다. 그저 창현 군이 건강하게 자라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 창현 군이 없었던 지난 2년은 이남기 씨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 참사 1주기 때부터 2주기까지의 삶도 변한 건 없었다. 이남기 씨는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정이 세월호 참사 이후 쑥대밭이 됐다. 가족 중 한 명만 아파도 웃음꽃이 사라지는데 건강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살았다. 1주기 때나 지금이나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어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이남기 씨는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생업을 포기했다. 물론 일상으로 돌아간 유가족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를 꼭 밝히고 싶었다. 이남기 씨는 “생업을 포기하면 당장 경제적 문제에 직면한다. 결국 많은 유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여행자 보험금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며 “물론 국민들이 모금해주신 성금도 유가족들에게 전달돼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 ‘민성아빠‘ 김홍열 씨도 1주기 이후 힘든 1년을 보냈다. 김홍열 씨는 민성이가 안타까운 일을 당하고 난 후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완연한 봄기운에 꽃이 화려하게 핀 길거리도 더 이상 김홍열씨와 가족들에게는 의미 없는 풍경일 뿐이다. 그는 “당장 밖에 나가봐도 개나리가 참 예쁘게 폈다. 그런데 개나리가 아무리 예쁘게 펴도 우리 가족들에게는 예쁘게 핀 게 아니다. 이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 아이가 없는 세상은 아름다운 게 아니다.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다”며 가슴 아픈 심정을 전했다.
 민성 군은 침몰 당시 갑판과 가장 가까워 세월호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선내 5층에 머물렀다. 하지만 ‘선내에 있으라’는 여러 차례 안내 방송을 듣고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았다. 김홍열 씨는 이 대목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민성이는 다른 곳도 아니고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다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2주기 이후 삶이 어떻게 될지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김홍열 씨도 아직까지 생업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신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친구 회사에 가끔 단기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김홍열 씨는 “농담이지만 사실상 백수 상태나 다름없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었어도 지금 상황에 결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나쁜 나라> 개봉,
 ‘이야깃거리’정도로 치부돼 안타까워

 지난 해 12월, 김진열 감독의 영화 <나쁜 나라>가 개봉됐다. 영화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1년 간 투쟁한 기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독립 영화였지만 약 2만 여명의 관객들이 관람해 화제가 됐다.
 이남기 씨도 가족들과 함께 <나쁜 나라>를 관람했다. 이남기 씨는 이 영화를 통해 유가족들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국민들이 공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가 실제 투쟁 상황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남기 씨는 “물론 <나쁜 나라>를 국민이 보는 것과 유가족이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를 보고 우리와 함께 울어주고, 힘내라고 격려해준 국민들도 많다. 그런데 상황 그 자체만을 보여주다 보니까 유가족 입장에서는 약간 부족한 느낌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씨는 <나쁜 나라>를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다. 한번 보려고 시도는 했지만 울컥하는 마음에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김 씨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쁜 나라>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세월호 참사가 아직도 한 번의 ‘이야깃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김홍열 씨는 “우리는 정말 절실했다. 영화는 그걸 이야기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세월호 참사는 그냥 하루의 이야깃거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만 아직도 ‘단순한 참사’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이 바라보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운영 기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7조’에 의거해 작년 1월 1일 출범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작년 12월 14일부터 16일간 제1차 세월호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1차 청문회 상황은 열악했다. 청문회는 특조위가 장관급 기관임에도 국회, 정부가 공간을 내어주지 않아 서울 YMCA 건물에서 진행됐다. 또한 당시 상임위원, 증인, 사고 책임자들의 불출석 및 답변 태도도 논란이 됐다. 증인인 구호업체 ‘언딘’의 관계자, 여당 측 위원 5명 전부 청문회에 불참했고,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왜 내가 안한 일만 물어보나.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냐고”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남기 씨는 특조위 출범 당시 수사권과 기소권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청문회가 열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남기 씨는 “1차 청문회를 보면 증인들은 반박하지 못할 명백한 자료나 증거가 없으면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는 식으로 계속 빠져나갔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서 발생할 일”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특조위를 출범시키면서 여야 정치권은 유가족 측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특별 검사’(특검)를 약속했다. 그러나 세월호 특검은 없었다. 이남기 씨는 “유가족들은 청문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청문회에 나온 증인은 물론 세월호 참사를 수사한 검사들도 결국 해경과 정부에 면죄부를 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올해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제2차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명백한 ‘인재’였음이 드러나는 몇 가지 정황이 밝혀졌다. 우선 세월호 운행사인 ‘청해진 해운’의 내부 직원이 ‘선내 대기’ 방송은 회사의 지시였다는 걸 폭로했다. 또한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이준석 선장이 직접 퇴선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선박의 네비게이션인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의 조작과 진도·제주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간 교신 음성 편집 및 조작 정황이 파악됐다. 무엇보다도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으로부터 세월호 특조위의 인양 과정 참여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세월호진상규명법에 의하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한은 올해 6월 30일까지다. 특조위는 실질적인 출범일은 작년 1월 1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출범 당일에는 위원장 등 상임위원들이 임명장도 받지 않았고, 120명의 직원 전원이 출근한 날은 지난 해 7월 27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월호 특조위는 국회에 출범일을 명확하게 정해달라는 특별법 수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남기 씨는 “청문회 횟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특조위가 운영되는 기간은 법적으로 한정된다. 출범일은 예산이 집행된 8월로 보는 게 맞다. 게다가 올해 7월부터 인양 작업이 시작되는데 여기에 세월호 특조위의 역할도 크다. 완벽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특조위는 최소 6개월의 활동 기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일

 이남기 씨와 김홍열 씨는 세월호 참사는 물론이고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슬하에 대학교 3학년생 큰 아이를 뒀다. 이남기 씨는 “과거 민주화 운동도 그렇고 사회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큰 딸을 보면 기성세대로써 미안하다. 미래를 짊어질 청년 세대의 앞날이 험하기 때문이다”라며 “청년 세대 스스로가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지녀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정치 분야에도 청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홍열 씨는 “나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지만 대학생들이 사회적 불의를 회피하지 않고 맞서 쟁취한 결과가 얼마나 큰 지는 잘 안다”며 “일부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치에 이용당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으면 청년 세대들도 언제 당할지 모르는 현실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청년들이 세월호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지금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