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제20대 총선 유권자들

 

지난 8일, 서울역 사전투표소. 출저. 포커스뉴스

 

 삼분지계 (三分之計)
 천하가 세 개의 세력으로 양분됨을 이르는 말. [석 삼,  나눌 분, 어조사 지, 계획할 계]

 <삼국지>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왜 유비가 주인공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실제로 책 속에서 약국인 촉나라의 유비는 의리와 선의 이미지로 묘사되는 반면, 강국인 위나라의 조조나 오나라의 손권은 비열하고 무능하게 그려진다. 이런 구도를 더 의아하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 현실에서는 강자가 곧 승자고, 정의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 결과를 보니 위나라와 오나라 사이에서 조율의 역할을 하던 유비의 촉나라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정치판은 그야말로 ‘삼분지계’가 됐다.
 당초 180석을 예상하던 새누리당은 122석을 확보해 123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에게 제1당을 내줬다. 국민의당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38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3당의 등장과 ‘여소야대‘의 형국으로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참패 원인은 8할이 ‘친박계’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정종섭 의원 등이 영남지역에서 ‘친박 마케팅’을 위한 막말을 쏟아낼 때 여당의 수도권 표는 우수수 떨어졌다. 코미디나 다를 바 없는 이른바 ‘대통령 존영’ 논란은 물론이고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공천 칼부림에 여당의 텃밭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쳤다.
 야권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정통 지지기반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뺏겼지만 수도권 의석을 거의 싹쓸이했다. 결국 100석 확보가 힘들다는 예상을 뒤엎고 제1당 지위를 확보했다. 호남 의석을 석권한 국민의당은 호남 외 지역구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국구 비례대표 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며 전국 정당화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천하는 삼분지계 됐지만 민심은 결코 삼분지계 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정치권을 심판했다. 그 증거는 이전 선거와 비교해 유의미하게 옅어진 지역주의 구도다. 여당의 대표적인 텃밭인 ‘강남 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당선돼 화제가 됐다. 또한 야권 지지세가 강한 전남과 전북에서는 각각 새누리당 후보자가 한 명씩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여권 강세 지역인 대구 ’수성 갑‘에서 당선돼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앞으로 정치권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연히 두 당이 나눠 갖던 것을 한당과 더 나누려니 격렬한 정쟁이 오갈 것이다. 그러나 제3당 체제인 제20대 국회가 초래하는 혼란은 분명 국민에게 필요한 ‘안정적인’ 혼란임이 틀림없다. 제3당이 중심에 있는 힘의 균형 속 정쟁은 결국 ‘협의’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국회를 삼분지계시킨 국민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위나라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삼국을 통일시켰지만 곧 사마염에게 양위를 뺏겨 나라가 한순간에 멸망한다. 승자가 되던 패자가 되던 천하삼분지계의 제20대 국회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정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 불의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과 지역주의 타파의 가능성을 보인 이번 선거로 여야에 만연한 오만한 패권정치가 종식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