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

 4월이 오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떨어질 때면 작년 이맘 때 만났던 분이 떠오른다. 1년 전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집 근처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와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참석한 북콘서트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다.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삭발을 한 창현이 어머니는 배 모양의 등불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다. 그날 창현이 어머니는 “날씨와 꽃이 절정인데 감상하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다. 4월을 어떻게 맞이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시간은 너무 어김없이 흘러간다”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조금만 귀 기울여 들어주기를 부탁했다.
 그날 행사가 끝난 뒤 받았던 책이 『금요일엔 돌아오렴』이었다. 부끄럽지만 지난 1년간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읽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차오르는 온갖 감정들을 버텨내기 힘들었다.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다가온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다시 이 책을 펼쳤다. 잊지 않기 위해.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유가족들의 증언 속 아이들은 살아있었다. 그런데 2014년 4월 16일이 되자 책 속 모든 아이들이 사라졌다. ‘유가족’ 육성기록을 읽고 있음에도, 그날의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이 아이만은 살아있길 부탁하며 기록을 읽어 내렸다. 사고 당일이 지난 이후의 기록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시간은 흘러갔고 가족들은 아이의 시체만이라도 볼 수 있길 기도했다. 가족들은 시체 찾은 걸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고 푸르던 아이들은 한순간 사라졌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못한 게 너무 많다. 누군가에게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유가족들은 궁금한 게 너무나 많다. 왜 죽어갔는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충분할 때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무라고 믿는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참사 이후 240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불편한 책이고 아픈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숫자와 기록은 다르기 때문이다. 기록하고 기록을 읽으며 우리는 변해야 한다. 책에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온 장면이 있다.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들은 당시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 못해 또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 같다며 미안해 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른 참사가, 또다른 유가족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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