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서한나(2)

 선거도 이상하게 한다.
 #1. 20대 총선 며칠 전

 갈마동을 지나는 차 안에서 아래턱이 빠질 뻔했다. ‘동성애를 온몸으로 막아내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든 한 후보자의 선거 군단을 봤을 때. 그들은 당장에라도 동성애자를 색출해낼 기세로 행인과 차량에 선전하고 있었다. 무차별적인 총질처럼 보였다. 명백한 혐오 표현을 혐오 표현인지도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호모포비아들의 표를 받기 위해 성 소수자들이 받을 상처는 셈하지 않는 저 이가 국회의원 후보자일 수 있다니...
짜증이 치밀다 곧 반문하고 싶어졌다. 동성애가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시험 삼아 이성애부터 막아보는 게 어떨까? 사랑이 막아지나.
 #2. 총선 몇 주 전
유성 홈플러스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땅에 발을 디디려는 내게 한 노인이 선거명함을 들이밀며 “저희 아들입니다”하고 말했다. 기묘한 기분에 휩싸여 마트를 빠져나오는데 이번엔 젊은 여자가 선거명함을 내밀며 “저희 아빠세요”라고 말했다. 뒤에 생략된 말은 ‘그러니 좋게 봐주세요’일 테다. 백번 양보해서 ‘저희 아들’이 ‘저희 아빠’와 동일인물이었다면, ‘저 집안 애잔하네’ 생각하고 넘겼을 테지만 둘은 서로 다른 후보자였다.
한국의 정 문화가 괴상한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았다. “이 후보자는 어떤 정책을 펴겠답니다”가 아니었다.
  #3. 영화 <검사외전>을 보며
 영화를 보며 나는 선거운동 생각을 했다. 4 년 전 주점에서 친구들이 붐바스틱에 맞춰 라인댄스를 추는 걸 볼 땐 그게 선거운동 노래로 쓰일 줄 몰랐다.
실제로 20대 총선에서 한 후보자의 선거운동원들은 붐바스틱에 맞춰 춤을 추었다. 이목을 끌려면 더 중독성 있는 노래와 더 신나는 춤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책홍보를 더 잘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게다가 춤추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 내가 다 송구스러워진다. 강제로 신이 난 것 같아서. 한 때 마트노동자들은 특정 시간대가 되면 일렬로 서서 노래에 맞춰 인사를 하거나 율동을 하기도 했었다. 감정노동 좀 시키지 마요.
 #4 . 한번 더
 <검사외전> 이야기

 남자도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내가 오며 가며 본 건 여자 선거운동원들이 전부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다 작은 결론을 내렸다. 예로부터 고객 응대나 전화 받는 건 여성이 하는 것이 좋다는 같잖은 통념과 삼사십대 여성이 단순노동으로 일당 7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로는 선거운동이 거의 유일하다는 사실이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5. 지난 2 주
 2주 간 주변에서 느낀 이상한 것들을 주절주절 이야기했다. 왜 이상한 건지는 설명하지 못하겠다. 내가 이렇다. 부업으로 이곳저곳에 글을 써내고 있지만 나는 늘,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한다.
 실은 요즘, 말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 ‘이 사람은 뭘 그렇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음… 맞다. 이의를 합리적으로 제기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곳에 살아서, 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게 실패한 말이고 글인가? 모르겠다. 주변엔 죄다 이상하고 잘 모르겠다는 것들뿐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