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근심에 물든 사회, 그리고 램프 증후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걱정이다. 그러나 어니 젤린스키는 저서 『모르고 사는 즐거움』 에서 이렇게 말했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4%만 우리가 바꿔 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끊임없이 걱정하고 있는가?

 램프 증후군이란?
 램프 증후군은 동화 속 알라딘이 마술램프에서 마법의 거인 지니를 불러내듯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걱정들을 램프에서 끊임없이 불러내 헤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의 증후군이다. 램프의 요정에게 소원이 아니라 걱정을 비는 셈이다.
 2015년 5월에 대한민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는 하나의 걱정이 사회적으로 급격하게 전파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마스크나 손 세정제 같은 방역 용품들이 전국에서 불티나듯이 팔렸고 SNS에서는 바세린으로 메르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등의 메르스와 관련된 각종 유언비어가 돌았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사건 등을 필두로 우리 사회에 일명 ‘불안 사회’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 한강 유람선이 얼음 때문에 고장 난 사건이 침몰 사태로 보도돼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었던 사례처럼 사회적으로 불안과 불신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런 불신사회의 원인으로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는 공동체의 와해와 세계 경제의 위기와 취업과 고용, 노년에 대한 불안 등을 꼽았다. 실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사회지표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증가하고 가구원 수는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1). 또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무연고 사망자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가 2011년 682명에서 2015년 1245명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런 공동체의 와해 현상은 어떤 문제에 대한 책임에 대한 개인의 부담감을 높이고, 의지할 곳이 사라져 개인의 절연감과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보의 발달은 다양한 선택지를 파생하고 이런 선택지와 정보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걱정을 촉진하는 매개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보의 지나친 보급은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일마저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겪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도 파생시킨다. 이처럼 부정적·충격적인 사건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사람이 그 사건을 겪은 것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표출하는 것을 대리 외상이라 한다. 흔히 소방관이나 경찰관, 심리 치료사들이 대리외상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SNS등의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영상이나 사진 등의 매체로 재난이나 사건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리외상을 겪는 사람들의 범위와 그 강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는 대형 사건사고들도 사람들의 불안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림  1
그림 2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불안으로 물들어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까. 한국 상담 심리 연구소 김인자 소장은 “사회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고자 스스로의 에너지를 키우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이 사회나 환경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주체라는 것이다. 램프 증후군은 흔히 개인에게 미치는 사회의 영향력을 크게 이야기 하지만, 김인자 소장은 “사회나 환경의 영향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캠퍼스 심리학과 교수 Sonja Lyubomirsky가 2010년에 발표한 행복 요인 자료에 따르면 환경적 요인보다 개인의 노력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2).
 김인자 소장은 더불어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소한 습관을 매일같이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문제가 닥쳤을 때 불안과 걱정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고민하는 것보다 평상시에 대비를 해두는 것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인자 소장은 우리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의 예시로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는 연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나오자마자 타이어에 펑크가 나 차가 멈췄을 때, 타이어에 펑크때문에 오늘은 운이 없다고 말하지 말고 집 앞에서 바로 펑크가 난 덕분에 다른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김인자 소장은 “언제나 긍정적인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통해 걱정과 근심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 또한 얼마 전에 문을 열다 다리가 다쳤던 적이 있다. 그때도 긍정적인 사고를 연습했다”며 “다쳤기 때문에가 아니라 다친 덕분에 앞으로 조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 요즘, 걱정이 많아서 걱정이야. 이처럼 램프 증후군을 잘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우리가 걱정을 하지 않을 때는 아마 죽었을 때 뿐이라는 김인자 소장의 말처럼 걱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실제 심리학자 여키스-도슨에 따르면 적당한 자극이나 불안은 일의 능률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혹시 지금도 걱정이 많아 걱정이라면 걱정은 이만 떨쳐버리고 사회의 걱정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에너지가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출처 디즈니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