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대학교 연재기획②, 코어사업 그리고 프라임 사업

 

우리 학교 인문대학

  지난 1111호 대학면기사 ‘왜 우리는 학과통폐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나?’에서는 교육부의 재정사업과 학과통폐합에 대해 다뤘다. 해당 기사의 맺음에서 기자는 프라임 사업에 대해 ‘항상 재정난과 맞물리는 대학 입장에선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1112호 대학면기사는 지난해 교육부가 예고한 올해의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 코어사업과 프라임사업과 함께 인문학의 위기를 주제로 한다.
  본지 1108호 보도기사 ‘교육부, 올해 대규모 국비 지원 사업 실시’에 의하면 우리 학교는 코어사업(CORE,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과 프라임사업(PRIME,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에 참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학 인문역량 강화, 코어사업
  코어사업이란, 기초인문학을 사회수요에 맞게 발전·지원하고 인문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인문학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교육부가 공고한 사업이다.
  인문계열의 학과가 그동안 대학별·분야별 특성화 없이 난립돼 시대변화와 사회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 내 인문학의 위상이 낮아져 기초학문의 기반 와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부산지역의 경우 철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이 부산대 1곳뿐이다.
  또한 학과중심의 대학문화로 인해 인문학이 전공교육에 국한되고 있어 학생들의 다양한 사회 진출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2014년 인문계 졸업생 취업률45.5% *전체계열54.8%-교육부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 기본계획) 그간 주요 대학 재정지원 사업(BK, CK, LINC, ACE 등)이 이공계 위주로 진행됐다는 사실에서 코어사업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코어사업은 올해부터 3년간 20~25개의 선정대학에 연간 600억 원씩, 총 18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 3월 17일 코어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수도권 ▲가톨릭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7개 대학과 지방 ▲가톨릭관동대 ▲경북대 ▲계명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외국어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 등 9대학으로, 총 16개 대학이 있다. 교육부는 16개 대학 외에도 7월에 9개 대학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이번 코어사업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대학본부 관계자는 “탈락에 대한 문서가 왔지만 섣불리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며 “내부회의에서 추가 공모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간 바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프라임사업

  프라임사업이란, 사회적 수요와 대학정원의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이 사회·산업 수요 중심으로 학사 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재정사업이다.
고등교육 신수요 창출과 함께 인력의 미스매칭 해소와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4~2024년 추산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약 302만 1천여 명인데 반해, 필요 인력은 269만 9천여 명으로 약 32만 1천여 명의 잉여 인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공학계열의 경우 21만 9천여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 대학이 노동시장과 연계시켜 대학교육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라임사업은 최우수 대학 선정 시 300억 원 지원, 대형 8개 대학 선정 시 150억 원 지원, 소형 10개 대학 선정 시 50억 원을 지원한다. 지난 3월 30일 대학의 접수가 마감됐으며, 우리 학교의 경우 마지막까지 고심하다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사업을 포기한 것에 대해 대학본부 관계자는 “정원감축에 대한 구성원과의 합의 부분에서 차질이 생겼다”고 답했다.

  산업연계중심 교육의 근본적인 우려
  요즘 문과는 ‘유야무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학과’ 혹은 ‘복수·부전공은 필수고 취업은 힘들지만 결국 전공을 활용하며 살지는 못하는 학과’라는 인식이 만연해있다. 근래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며 인문계열의 암담한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설자리를 잃어가는 기초학문에 대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은 “대학에서 기초학문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라며 “학생들조차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 등 기초학문 전공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임 연구원은 “기초 학문이 대학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는 당장 새로운 성과가 눈앞에 보이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초’가 부실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고’를 이미 많이 경험했다”며 “대학 교육과 사회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인문학 전공을 대학과 사회 차원에서 고르게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에서 홀대받는 인문학에 대해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김누리 교수는 “대학은 유토피아를 성취하는 곳”이라는 빌헬름 훔볼트의 말을 인용하며 “사회가 절망적이고 모순이 많아도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은 대학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우리사회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길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문제들을 이상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선 사안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는 능력과 자신을 고민해본 경험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사회에서는 인문학의 중요성이 증대된다고 말했다.
  인문학 진흥 방안에 대해 우리 학교 인문대학 前학장 류병래 교수는 “다양한 연구와 의견이 제시되는 사안이고 코어사업 등의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쉽게 답을 내리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류 교수가 기고한 본지 1094호 학술 면 기사 ‘대학에서의 인문학 진흥,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인문학을 취업이라는 잣대 보다 대학원 진학률 등의 잣대로 평가할 것 ▲독일의 특별연구 분야(Sonderforschungsbereich, SFB) 지원체계와 같은 지속적인 인적투자가 이루어질 것 ▲취업률 대신 기초학문분야 투자비율과 같은 지표를 개발해 대학평가 지표로 삼을 것 ▲대학의 성격에 맞는 지향점을 설정하고 제도적으로 유도할 것 ▲장기적으로 학부 인문학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육성에 힘쓸 것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코어사업과 프라임사업은 여타 재정사업과 마찬가지로 정원감축, 학과통폐합,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더욱 주시해야할 부분은 취업중심 교육을 강조하는 사업의 성격이다. 교육부는 이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취업률이 지표로 포함돼있어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학교육성과의 잣대를 취업률로 삼은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위 두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을 취업으로 가는 단계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대학의 근본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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