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치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다니엘 튜더, 문학동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어디를 가나 형형색색의 기호 몇 번 ○○○가 쓰여진 현수막이 눈에 띈다. 학내 곳곳에서도 투표를 유도하는 현수막과 포스터들이 붙어져 있고 언론에서는 연일 총선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총선도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 승패를 가르는 게임처럼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 야권대통합을 해야 총선 승리를 점칠 수 있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외신기자이자 지난해 새로운 언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독립 매체 바이라인을 설립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의 저자 다니엘 튜더는 한국정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다니엘 튜더의 이전 저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유럽국가들에게 우리나라를 보여주는 책이라면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우리나라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유권자를 어린아이처럼 인식해 논의나 정책보다는 인기몰이쇼에 집중하는 ‘유아적 정치’, 너무 쉽게 파기되는 공약들과 레드콤플렉스, 철학 없는 보수·진보 등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 문제에 대해 짚고 있다. 책의 제목대로 읽다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익숙한 절망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끝없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적 불신과 무기력함이 나을 수는 있는 것인지, 정치개혁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희망고문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익숙한 절망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기다려도 오지 않을 희망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우리 손으로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정치적 무기력함은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는다. 어떠한 정치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치가 통제권 밖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이 우리의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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