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가속화되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9년에는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 인원보다 1만 6000여 명 초과된다. 교육부는 이에 대비해 2015년부터 대학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생의 수가 적어지고 이에 따른 대학 정원 감축의 결과 최근에 ‘기초학문의 위기’라는 말이 흔하다. 정부의 대학 지원 평가에 정원 감축 항목은 대학의 구조조정을 점점 빨라지게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문, 과학, 예술 같은 기초학문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기초학문 관련 학과를 통합 혹은 폐지하며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 또한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보다 실용적인 교육학이나 경영학을 더 선호한다. 자연과학에서도 같은 이유로 순수과학보다는 미래가 안정적인 의학이나 공학계열을 선택한다. 인류의 근본이라 하는 기초 학문의 큰 위기인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 것은 대학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취업률로 대학들이 경쟁을 한다면 기초학문은 사지로 몰리게 될 것이고 취업이 잘 되는 인기 학과만 존재하는 취업 학교가 되어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맹목적인 신자유주의 방식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이금영 교수는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의 근저에는 인간이 있다. 그래서 사람 인(人)자와 휴면(human)이 기본 어휘가 되는 것이며 인문학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인간의 고차원적인 생각과 사고를 탐구·연구하는 학문인 것”이라고 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 설령 발전이 있어도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꼴이 되므로 결과는 뻔하다. 기초학문이 받쳐주지 않은 응용 학문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서울대학교 이준규 교수는 기초학문의 성격에 주목했다. 철학과 같은 기초학문은 응용학문과 달리 사회의 직접적인 수요가 적어 그것만으로 유지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학이 그런 학문을 보호하지 않으면 고사한다며 대학이 기초학문 진흥의 사회적 책무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런 사회적 책무뿐만 아니라 기초학문 진흥은 응용학문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했다. 기초학문은 효율성 측면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며 물리·화학 분야의 발전은 공학 등에서 새롭게 응용된다는 예를 들었다. 선진국의 우수한 대학들이 기초학문 진흥에 힘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학문 또한 순서가 있다. 기초 학문은 그 위에 세워질 응용 학문의 토대를 마련한다. 생명 과학의 발전으로 현대 의학이 발전한 것이다. 그 결과로 인간 삶의 질은 향상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선과 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경계는 어디인가?’ 라는 철학적 주제는 자아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는 인생의 고난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원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라고 한다. 이는 국가의 경쟁력은 지식과 기술, 정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 정보를 창출해 내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다. 기초 학문의 단단한 토대 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 정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고급인력을 양성할 수 없을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가 유혹하더라도 대학의 중심적 철학이라 할 수 있는 기초 학문은 지켜야할 것이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할 것인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은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인공위성 등의 발명은 대부분 실용적인 목적이 아닌 기초지식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나왔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일이다.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가 곧바로 이윤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으로 기초 학문이 냉대 받는 사회에서는 국가의 경쟁력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지식과 기술, 정보에 있고, 그 원천은 기초 학문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하버드 대학 총장 네일 루덴스타인 박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는 곳이 아니다. 대학이 실용적 학문에만 치중하고 기초 학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기초학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연구 노력이 사회경제발전의 진정한 밑거름이 되고, 이를 위해 대학의 기초연구 기능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오히려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역설했다.

 주변에서 다시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을 활성화시킬 현실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앞서 언급한 ‘기초 학문의 위기’는 단지 기초 학문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근본부터 흔들리게 될 ‘사회 전체의 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초학문 소외 현상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취업과 연관된다. 취직을 하지 못한 청년들의 불안감은 기초학문 소외의 근본 원인이다. 제도적으로 기초학문의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대학에서 실시하는 장학 제도만으로는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을 기초 학문으로 초대할 수 없다. 일자리와 연구 환경을 보장해 주는 등의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기초 학문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의 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초 학문의 중·장기적 발전과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도모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여러 강연회를 통해 기초 학문의 참모습을 널리 알리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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