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리더란?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후마니타스

 리더란 뭘까? 편집국장이 된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변화를 꿈꾸며 국장이 됐지만, 세 번의 신문을 만들며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편집국을 바라보며 속이 쓰려 앓았다. 불현듯 “나는 국장되자마자 군주론 다시 읽었어”라던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정치학에서 『군주론』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정치학 전공 수업마다 언급되는 이름이 ‘마키아벨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은 때로는 사자같이 용맹해야하며 여우같이 교활해야한다’는 명문만 접했지, 『군주론』을 제대로 일독한 적은 없었다. ‘그래, 『군주론』 너로 정했다’고 되뇌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장을 덮으며 깨달은 건 ‘아 나는 정말 좋지 않은 리더였구나’라는 깊은 반성이었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키아벨리에게 직접 혼나는 기분이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계속해 강조하고 있는 개념은 ‘비르투’다. 비르투는 통치자가 과업을 해내는 ‘주체적 의지’나 ‘역량’을 의미한다. 『군주론』의 박상훈 역자는 비르투를 ‘위험하고 운명을 거스르고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반드시 성취해 내고자 하는 적극적 자세’라고 설명한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비르투를 통치자가 지녀야할 핵심덕목으로 제시한다. 비르투에 대한 몇 대목을 소개한다.
 「새로운 체제를 건설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위험은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고 최선의 해결책은 자기 자신의 비르투로 극복하는 것이다. - 6장」
 「당신은 다른 누군가가 손잡아 줄 것을 기대하고 넘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설령 넘어지는 당신을 누군가가 붙잡아 준다 해도 그것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런 방어책은 당신 자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비겁한 일이다. 바람직하고 확실하고 영구적일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비르투에 의존하는 것이지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 24장」
 즉 마키아벨리는 새로운 통치자가 겪는 위기와 한계를 넘어서는 것 역시 자신의 주체적 의지, 비르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비르투를 지닌 통치자와 그렇지 못한 통치자의 간극은 클 수밖에 없다. 나아가 비르투를 가진 통치자가 다스리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의 차이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나는 비르투를 가진 리더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내가 부딪힌 한계는, 비르투의 결핍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어떤 리더가 뛰어난 리더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군주론』은 ‘어떻게 통치하는가’에 대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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