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의 청춘일기, 청춘읽기

(2)헬조선, 청년이라는 지지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자 대화의 주제는 취업과 헬조선이었다. 평소에 다소 보수적이었던 친구도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결국 수저문제야. 헬조선에서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면 끝이야.”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이제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단어다. 수저계급론을 포함한 계층이동의 어려움, 경제적 불황과 불평등, 한국사회의 비상식적 문화 등이 헬조선의 구성요소다.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N포세대라고 불린다. 이와 반대로 한국사회의 황금기를 청년으로 보낸 86세대들은 시대의 수혜자이자 꼰대다. 이런 인식에서  청년들은 헬조선의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청년세대들은 헬조선의 선량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청년들과 맞닿아 있는 문제는 취업문제일 것이다. 청년들의 경제적 문제들도 취업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저서를 통해서 암울한 시대의 피해자이며 가해자인 20대들을 지적한다. 이 책은 큰 맥락에서 개인의 노력을 통해 성공을 이루었다는 자기계발서의 논리에 빠진 20대들이 학력위계주의를 확대재생산 하고 자신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과 부조리도 서슴지 않으며 정당화하는 모습을 읽어낸다. 20대들은 자신의 실력을 쌓기보다는 타인을 짓밟고 올라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들의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함도 용인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자기계발서들의 논리들은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자기계발서가 주는 폭력성은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한 소수의 경험을 사회전체의 공정함으로, 사회적 성공을 개인 능력의 문제만으로 확대해석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는 다수의 ‘비참함’과 풍족한 환경에서 비교적 쉽게 성공한 다수의 ‘편안함’을 묵인한 것이다. 청년들은 이런 자기계발 논리에 사로잡혀있다. 그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신들을 옥죄고 결과만을 놓고 차별한다.
 헬조선을 이루는 다양한 문제 중에는 시민의식의 부재나 사회문화가 비상식적이라는 개인들의 퍼스낼러티 문제도 있다. 하지만 주요 문제는 경제적 불황, 계층이동 및 유지가 어려워진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이것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20대들이 헬조선이라는 하나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청년들은 인식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것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이런 사회구조에서 나만 살아남기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작게는 기성세대의 부조리들도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군대의 부조리를 경험하고 증오했던 이등병이 병장이 되면 자신에게 부조리를 지키는 것처럼 이렇게 청년들은 또 다른 헬조선을 만들고 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처럼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청년들마저 헬조선에서 천국을 꿈꾸지 않는다면 큰 문제이다. 문화비평가 크라카우어는 베를린 올림픽에서 독일 국민들에게 내재된 나치즘을 읽었고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책에서는 한국 국민들에게서 파시즘과 폭력을 읽어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 구조가 불공정성에도 유지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구조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당신은 헬조선에서 ‘천국’을 꿈꾸는가, 아니면 헬조선의 ‘승리자’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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