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그 거리, 그리고 그 영화. ‘대구 그레이스 실버 영화관’

영화 포스터를 가만히 바라보는 할아버지

  대구 그레이스 실버 영화관이 위치한 거리는 옛날 풍경으로 가득하다. ‘카바레’ ‘다방’처럼 아주 어릴 적 지나치며 마주쳤던 간판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간판들 사이로 머리가 희끗희끗해지신 어르신들이 오고 간다.

 그레이스 실버 영화관은 지방에서 처음 오픈한 138석 규모의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실버 전용 영화관이다. 2014년 8월 23일에 개관했으며, 2015년 6월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취약계층과 노인을 고용하는 등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매주 3~4편의 고전 영화가 하루 4회 상영 된다. 만 55세 이상의 관객 본인과 동행한 사람들은 관람료가 2천원이며, 성인은 7천원, 청소년은 5천원의 요금을 받는다.
 몇몇 어르신들은 실버 영화관 앞에서 고전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추억에 잠기신 듯한 그 모습이 인상 깊어 기자도 한참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처럼 그레이스 실버 영화관 앞에서는 젊은 층이나 노년층이나 상관없이 옛 향수와 추억에 잠길 수 있다.
 그레이스 실버 영화관은 대구 동성로와 대구역 사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젊은 인파들이 붐비고 빠르게 발전해가는 동성로 거리 한쪽에 자리 잡은 실버 영화관 앞으로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여유롭게 거닌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 옛 건물들이 그대로 유지돼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멀티플렉스와 대규모 영화관들 사이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노년층을 위한 값진 공간이다.

▶오늘의 상영작
워터루 다리, 그 위에서. ‘애수’

 애수는 1957년에 개봉한 영화다. 6~70년 개봉 당시에는 서울 영화관에서 끊임 없이 재개봉을 하기도 했으며, 멜로 영화의 원조격이라 부를 수 있는 영화다.
 제 1차대전, 워터루 다리 위를 산책하던 로이 크로닌은 때마침 공습 경보로 사람들과 함께 지하 철도로 피신한다. 그때 그는 핸드백을 떨어뜨린 마이라 레스터를 도와주고 함께 대피한다. 혼잡한 대피소 안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로이의 청혼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둘이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로이가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로이를 전쟁터로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가던 마이라는 전사자 명단에 들어있는 로이의 이름을 발견하고 절망에 휩싸인다. 로이를 잃은 슬픔에 상심해 거리를 떠돌던 마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거리의 여자로 전락한다. 그런데 어느 날 워터루역에 나갔던 마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로이를 발견한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이미 육체적으로 퇴폐한 스스로에게 절망한 마이라는 결국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사랑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워터루 다리에서 자살한다.
 애수는 한 여자의 처절한 슬픔과 후회, 한 남자의 애절하고 애틋한 추억이 담긴 영화다. 운명적인 사랑을 이야기 하는 애수는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뜻하지 않은 이별을 애틋하고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속의 낭만과 애틋한 감정들은 흑백과 고전이라는 특징과 함께 녹아든다. 운명적인 사랑이 허항된 꿈이 되버린 지금의 우리들에게 사랑의 순수와 열정을 알려준다.

 영화는 워터루 다리에서 시작해 워터루 다리로 끝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인생에서 한번쯤 가지고 있는 워터루 다리를 떠올리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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