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시작해야 될 고민, ‘우리나라 지역주의 정치’ 뜯어보기

  

1988년 10월 세 야당 총재가 손을 맞잡고 5공화국 잔재 청산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삼(민주), 김종필(공화), 김대중(평민) 당시 총재. 이른바 ‘3김 시대’의 주역들이다. 출저. 위클리공감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작고에 이어 작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이로써 한국 현대 정치사의 상징이자 두 거목이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양면의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싸운 투쟁가이자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주의’ 정치를 적극 활용한 정치가였다.
  오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지역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에 왔다. 청년 세대는 지역주의 정치가 맹목적이지 않고 올바르게 활용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상 속 깊게 침투한 지역주의
 과거 지역주의는 정치 거물들만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SNS를 통해 지역비하 단어가 번지고 있다. 실제로 ‘홍어, 과메기, 멍청도’ 등 지역비하 단어가 대형 포털사이트 댓글에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지역비하 단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될수록 젊은 세대들은 지역주의를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에 대해 권의석(농업경제·2) 학우는 “SNS에서 일부 사용자들이 지역비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장은주 편집위원은 “우리나라 지역주의는 특히 맹목적이고 극단적”이라며 “일상적으로 접하는 지역비하 농담은 젊은 세대들이 지역주의 문제의 심각성을 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층의식 약화, 보스 정치 유발, 국민 분열…결국 정치 후진화 우려
 우리나라 지역주의의 발단은 박정희 정부 때의 ‘산업화 편중 정책’으로 해석된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영남 위주의 산업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맞서 신민당 김대중 총재가 ‘호남 소외론’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에 지역주의가 본격적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맹목적인 지역주의는 국민들의 계층의식을 약화시킨다. 유권자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계층에 맞게 투표를 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가 발동하면 투표의 기준은 계층이 아닌 지역이 된다. 결국 자신의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과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자치행정학과 김찬동 교수는 “‘지역할거주의’란 각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해 전국의 지지를 나눠 갖는 지배 현상을 의미한다. 지역주의는 지역할거주의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찬동 교수는 “지역주의적인 투표 현상이 일어나면 특정 지방은 한 정당이나 후보에게 몰표를 준다. 이는 소득을 분배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의 능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그것이 지역주의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정치 활동이 전개되는 ‘보스 정치’도 지역주의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로 대표된 이른바 ‘3김 시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유권자들은 지역주의 속에서 후보자 개인의 역량, 정책 성과와는 무관하게 지역성에 기반한 정당 후보자에게 투표 행위를 한다. 이로 인해 정당 공천권자들의 힘이 막강해져 정치인들은 지역 주민이 아닌 당 실권자에게만 충성하게 된다.
 여러 제도를 통해 정당 공천 과정이 비교적 투명해진 현대에도 보스 정치는 패권적인 계파주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자치행정학과 김찬동 교수는 “지도부가 중앙 정당의 공천권을 집권적, 햐향적으로 행사할 때 지역주의가 더 심화된다. 따라서 지방의 공천권을 분권화 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 주민들이 공천에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위한 정당의 공천권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도 지역주의는 국민 분열을 조장해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정치를 후진화 시킨다.
 김찬동 교수는 “정치의 기능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해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다. 지역주의에 물든 선거와 사회는 다양한 사회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심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정당과 정치가가 좋은 정책을 개발하도록 해야한다. 지역주의적 투표는 당장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같아도 종국엔 사회를 분열시키고 정치를 후진화 시키는 망국병”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주의 순기능 강화, 젊은 세대 역할이 중요해
 그러나 지역주의의 완전한 타파는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지역주의란 거의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사회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주의는 맹목적·악의적이지만 않으면 순기능적인 요소도 있다.
 지역주의는 사회 전체의 분열을 조장하지만 지역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지역주의는 지역 경쟁을 부추겨 각 지역의 상호 발전을 유도한다. 또한 정치 신인들이 정치적 역량을 얻어 정계로 진출하는 주요한 발판으로 지역주의가 활용되기도 하며,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는 데 있어서도 지역 기반성이 높은 정당의 역할이 크다.
 우리나라는 맹목적인 지역주의는 지양하되, 지역주의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참여연대 장은주 편집위원은 “민주주의가 강화될수록 지역주의의 역기능은 약화된다. 지역균형개발과 국민경선제 확대 등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는 건 결국 미래 시대를 이끌 청년 세대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치행정학과 김찬동 교수는 “대학생 및 청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국가의 발전 방향성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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