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필리버스터 참가 국회의원 38명

지난 2일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로 국회 본회의에서 연설 중인 더블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출저. 뉴시스

독수불원(獨水不遠)

‘물은 홀로 멀리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따로 있으면 별 힘이 없어 보이던 물방울도 한데 모이다 보면 마침내 엄청난 세력이 형성되는 것처럼 미천한 힘이라도 모이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국회방송 시청률이 0.01%에서 0.1%로 10배가 뛰었다. 심지어 최고시청률은 0.26%를 돌파했다. 방송인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인 JTBC <썰전>의 시청률 하락 원인으로 국회방송을 지목했다. 유선방송 채널의 끝자리에서 몇 번인지도 정확히 몰랐던 국회방송이 왜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을까. 바로 국회의 ‘필리버스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란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지난 달 23일 오후 7시 6분, 야당은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의결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첫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2분의 연설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 연설 기록을 갱신했다.
  24일, 10시간 18분간 연설한 은수미 의원은 “누군가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돼도 밥은 먹고 산다고 말한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시민·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국민은 자신의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연설로 화제가 됐다.
  그리고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은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이종걸 원내대표를 끝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했다.
  이로써 지난 달 23일부터 2일까지 9일간 기록된 국회 필리버스터 시간은 총 192시간 26분. 참가한 국회의원만 38명에 달한다. 이는 캐나다의 ‘민주당(NDP)’이 세운 종전 58시간의 최장기록을 3배나 상회하는 기록이다. 과거 ‘폭력 국회’로 불렸던 국회가 세운 세계적인 기록이다.
  물은 한 방울씩 떨어지면 금방 증발한다. 그러나 한데 모이면 건물을 무너뜨리고, 다리를 부수는 큰 힘을 발휘한다.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는 테러방지법은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가결됐다. 그러나 옳지 못하다고 판단한 법안의 처리를 늦추기 위해 감행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그야말로 ‘국회의 재발견’이라 할만하다. 38명의 의원들은 합법적, 평화적 방법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또한 대한민국 국회의 의회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는 한 단계 성숙할 계기가 됐다. 참가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뜻을 필리버스터를 통해 폈다.
  한 방울씩 모인 물은 결국 큰 응집력을 불렀다. 대중은 국회의 무제한 토론에 열광했다. 지난 27일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국회를 찾아 필리버스터를 참관했고, 국회방송 인터넷 채널은 하루 평균 10만 명 이상의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비록 테러방지법은 가결됐지만 9일간의 필리버스터는 진정한 ‘독수불원’의 현장이었다. 국회와 국민 의식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한 방울의 결실이 되어준 38명의 필리버스터 참가 의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