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수강전쟁

 

  A 학우는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서 듣는다는 생각에 학구열에 불타올랐다. 하지만 수강신청 기간, 단 몇 초가 지나자 정원이 꽉 차는 강의가 수두룩하다. A 학우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실망했다.
  수강신청 문제는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본지 1069호에서도 수강신청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수강신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방치돼 지속해서 학우들의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수강신청의 문제로 인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학생은 많고, 정원은 적고, 제재는 없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수강신청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해진다. 그중 강의를 사고판다는 내용이나, 들어야 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게 돼 억울하다는 글도 올라온다.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은 과목마다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통합정보시스템에선 중복 로그인이 가능해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또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한 번에 수강신청을 완료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서버에 문제를 줄 수 있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접속자 급증으로 이어져, 통합정보시스템 사이트가 느려지고 수강신청이 지연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결국,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강신청을 한 다른 학우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다.
  제보에 따르면 강의 정원과 수요가 맞지 않은 것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문대학 B 학우는 “수강 정원은 35명인데 동기들만 해도 40명이 넘고 복학생, 편입생, 연계전공을 하는 학생들을 고려하면 실제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인원은 더 많다”며, “학생회와 학과 측이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소선호(경제학과·1) 학우도 “전공강의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야하는 인원수에 비해 강의 정원이 적어 못들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경상대, 인문대를 비롯해 흔하게 나타난다.
  전공 강의뿐 아니라 교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재 교육과정에 따르면 졸업하기 전에 Global English 과목을 이수하거나 본교에서 인정하는 공인영어시험을 일정 점수 이상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강의는 수요에 맞지 않게 개설돼 학우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또, 같은 강의라도 교수에 따라 수업 분위기와 진행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김주은(문헌정보·1) 학우는 “Global English와 같이 반드시 들어야하는 강의에서 원하는 강의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충남대 대나무숲에는 ‘통폐합된 과에서 통합 이전에 있던 전공과목이 폐강되면서 저학년의 강의를 들어야 하지만 학년별로 수강신청이 이뤄져 신청하지 못했다’는 사연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리저리 치이는 학과행정
  수강신청 문제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과 측에서도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A 조교에 따르면 “다양한 전공수업이 있지만, 학생들이 특정 강의에만 집중된다” 고 말하며, “학생들의 수요와 교수자의 환경을 조율하다보니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고 전했다.
  또, A 조교는 “전공과목이 분반됐을 때 일부 강의가 폐강되면 다음 학기에 폐강 인원만큼 정원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학과 측에선 학생들이 몰리는 강의를 막고 다른 강의를 듣도록 권유할 수밖에 없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양과목이 3개 이상으로 분반되면 전임교원이 반드시 한 과목을 맡아야 한다’는 등 대학본부의 폐강·분반 지침 기준이 엄격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책 없이 방치되는 문제
  앞서 언급했듯이 본지 1069호에서 수강신청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와 현재의 사정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당시 서버확충과 강의수요조사를 제안했지만 국립대의 사정상 예산이 부족하여 힘들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계속 방치되자 구성원들 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B 조교는 “한 학생이 사정을 말하고 정원이 꽉 찬 강의를 열어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 거절하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교수님을 통해 압박을 가한 적도 있다”고 말하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다.

  해결 방법은 없나?
  학교 측은 예산문제로 인해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사지원과 정소정 계장은 “당장 강의실을 늘리거나 전임교원을 늘리기엔 예산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수강신청 수요조사에 대해선 “현재 계절 학기에 시행 중이지만, 수요조사와 실제 수강신청 현황은 많이 달라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A 조교는 재정적인 해결이 힘들면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 조교는 “현재 강의 증설과 폐강, 분반에 관한 지침은 대학 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본부에서 내려오는 지침은 엄격해 학과에서도 문제에 대해 경직된 태도를 바꾸기 힘들다”며, “학과 행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해당 학과이기 때문에 단대나 학과가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업체가 개인이나 타 기업에 컴퓨팅에 필요한 자원을 임대해주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술적인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의 한 사립대학은 수강신청에 경제학 원리를 적용한 ‘마일리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수강신청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은 해결책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이다. 학사지원과의 박우영 담당자는 폐강·설강에 관한 지침에 대해 “폐강·분반과 같은 지침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고 전하며, “현실적으로 운영을 자율적으로 맡기면 정원이 1~2명인 강의가 폐강되지 않을 수 있고, 학교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전상 상의 문제 역시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정보통신원 한정숙 팀장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먼저 신청하는 사람이 수강을 듣는 것은 변하지 않고, 투자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둘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현재 시스템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대대적인 개선을 피하려는 입장이다.
  수강신청 문제로 피해를 받는 학생이 있고 커뮤니티 게시판에 불만의 글이 게시되지만, 취재과정에서 학생들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학교 측에선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A 조교는 “이 문제에 대해 학과 측에서 본부에 다양한 경로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들의 수강권을 보장받기 위해 학생자치기구나 공식적인 건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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