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의 청춘일기, 청춘읽기

  (1)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봄보다 사랑과 어울리는 계절이 있을까? 이제 곧 캠퍼스에 봄이 올 것이다. 남중, 남고를 나온 나에게 봄의 캠퍼스는 별다른 이유 없이도 설렘의 공간이었다. 봄의 설렘과 함께 캠퍼스에서는 일명 ‘썸’이 생겨날 것이다. 썸이란 일종의 구애(求愛)이다. 신조어라 정확한 의미는 없지만 ‘연애기간 전 남녀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 즉 연애의 전초전이다. 설레는 썸이 끝나면 연애가 시작된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설렘으로 시작된 연애는 왜 권태로 끝이 날까?
  사랑과 연애는 다르다. 사랑은 자연적인 감정으로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그러나 연애는 다르다. 연애는 근대의 발명이고 학습된 것이다. 자연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것이다. 한국은 20세기에 연애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따라서 연애는 당시 시대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요즘 청춘들의 연애 키워드는 썸, 밀당 그리고 소유다. 요즘 연애의 시작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바로 ‘썸’이다. 썸의 단계에서 연인들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이고 애를 쓴다. 아직 ‘나의’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이런 구애 기간은 설레고 행복하다. 그리고는 밀고 당기는 일명 ‘밀당’이 시작된다. 연애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한 노력이다. 이때 서로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내가 더 좋아하면 진다.’, 즉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생각 때문이다. 상대방을 꽉 잡고 있다는 것, 상대방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이 되어버린 요즘의 연애이다. 상대방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손해라고 느낀다. 서로 사랑해 시작한 연애에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작되는 것이 오늘 날의 연애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독점적 연애가 시작되면 내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던 상대방이 바로 ‘나의 것’, 즉 나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넌 내꺼야’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만큼이나 흔하다. 이렇게 사랑을 소유한다는 오해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이런 오해로 인해 사람들은 연인을 연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를 통해 연인이 내 마음대로 해주기를 바라고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밀당 기간에 잡은 주도권은 이 갈등을 심화시킨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가졌다는 생각 때문에 서로는 서로에게 더 이상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서로를 자극하면서 시작했던 연애와는 달라진 것이다. 이것이 권태의 시작이다. 권태의 연애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되고 만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존재적 사랑에 대해 설명한다. “사랑은 하나의 행동이고 반응이다. 사랑은 능동적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존중하고, 반응하며 알아가는 과정이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기대하고 그것을 돕는 것이 바로 존재적 사랑이다.” 누구나 열렬히 사랑하고 가슴 뛰는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나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설레는 사랑의 시작은 지긋지긋하고 권태로운 끝을 맞이하기도 한다. 봄날에 사랑이 만연할 캠퍼스 앞에서 청춘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익이나 취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 하는 질문에는 구구절절 대답하는 청춘이 많겠지만 사랑에 대해 질문하면 그렇게 대답할 청춘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기에 더 사랑을 고민해야 된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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