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투 시네마

  

     

  요즘 영화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갈아치운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단 하나의 상영관을 가지고 꿋꿋이 살아남은 영화관이 있다. 바로 대전 아트시네마다.

  대전 아트시네마는 대전역에서 목척교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영화 포스터 몇 개가 붙어있는 아트 시네마 입구는 영화관이라기보다 동네 비디오 방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허름한 입구에 자전거가 우뚝 서있어 시골 영화관에 온 기분마저 들었다.
  영화관 내부도 외부 못지않게 정겹고 소박하다. 옛날 TV에서만 보던 영사기가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앉으면 삐걱거릴 것 같고, 오래된 시골 소아과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의자들이 손님을 반긴다. 벽면에 즐비한 책과 영화 및 예술관련 CD들은 영화관이 아니라 북카페에 온 느낌을 준다. 상영관 안이 추울지 모르니 덮으라며 놓아둔 담요에서는 정감이 묻어난다. 아트 시네마를 둘러보면 저절로 아날로그 감성이 샘솟는다.
  여느 영화관이라면 한창 붐빌 주말 오후 시간이지만, 아트 시네마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덕분에 조용하고 여유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아트 시네마 안에서는 영화에 흠뻑 젖을 수 있다. 마치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 같은 아트시네마는 영화관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영화 소모임들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트 시네마 대표의 주최로 봉준호 감독이 소규모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현재도 독립 영화 시사회나 다양한 영화 이벤트,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가봐야 할 장소다.
  상영관이 1개다 보니 한 작품 당 하루 1번꼴로 상영한다. 상영작은 대형 영화관에서 보기 힘든 독립영화나 작가주의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약 1주일마다 상영작이 바뀌니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2인 이상이 영화를 관람해야 해당 타임에 영화 상영이 된다고 하니, 혼자 갔다가 운이 안 좋으면 영화를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화 가격은 1인당 7천원이다. 영화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영화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상영작
  어른들을 위한 동화, 러브 앤 피스

  로커가 꿈이었던 주인공(스즈키 료이치)은 소심한 직장인이다. 그러다 우연히 애완용 거북이인 피카돈을 키우게 된다. 피카돈은 직장에서 매일 같이 놀림 받는 료이치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날 료이치는 직장 동료들에게 피카돈을 키우는 것을 들키게 되고, 놀림을 받는다. 놀림에 당황한 료이치는 피카돈을 화장실 하수도에 흘려보낸다. 하수도를 떠돌던 피카돈은 한 노인이 운영하는 잡동사니 천국에 다다른다. 그 곳에서 피카돈은 우연치 않게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료이치의 소원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그 덕에 료이치는 록스타라는 꿈을 이루게 되고, 피카돈과 재회한다.
  영화는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피카돈과  잡동사니 천국에서 사는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 소녀 인형이 서로 나누는 대화는 재미있으면서도 잊고 있던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화려하지 않고 어딘가 서투르고 아날로그적인 CG와 연출은 잊고 있던 동심을 깨워주는 매개체가 된다. 노인이 피카돈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 것처럼 영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꿈에 대한 고민과 현실에 대한 시각을 일깨워준다. 소노 시온 감독의 전작들이 잔인하고 선정적인 영화였던 것에 반해, ‘러브 앤 피스’는 그 자체로 사랑과 평화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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