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악순환의 굴레

 
  문예연감 추산 예술지수
  “서울600점 대전26.4점 세종1.5점”

  문화가 있는 날
  “전체 문화시설 56.7% 수도권”

  서울, 지방 간 졸업생 월급
  “서울 주요 대학보다 약 72만 원, 수도권 대학보다 약 12만 원 낮아...”

  대학교 통학을 위해 강원도 동해에 거주 중인 윤희애(21) 양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시청 앞 롯데시네마 하나 밖에 없다. 그나마도 상영관이 5관뿐이고, 인기 있는 영화만 상영하기 때문에 실제로 관람 가능한 영화는 3개 안팎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녀는 “동해는 사실상 문화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종종 원주로 놀러가곤 하는데, 원주에서도 평소 좋아하던 연극·뮤지컬 등을 접하긴 어렵다.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에 다니며 공무원을 준비하는 임미연(가명·21) 양은 “전북대 근처와 객사에 유흥·문화 시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놀 거리는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교육 인프라는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무원을 준비하는 선배나 동기들 대부분이 인터넷 강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사실 마음먹고 2~3년 노량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타지생활도 걱정되고 집에 아버지 혼자계서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 현재 우리 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우수진(22) 학우는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아 작품을 보러 자주 다니는데, 대전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많지 않아 항상 아쉽다”고 말했다. 우 학우는 “최근엔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화백의 작품전을 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나 같은 경우 좋아하는 일이기에 서울을 왕래하며 찾아보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애초에 접촉할 기회가 없어 더욱 그림과 멀어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 인프라 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문예연감’의 지역별 예술지수를 살펴보면, 서울(600점)을 기준으로 ▲경기(149.2점) ▲부산(106.4점) ▲전북(52.7점) ▲강원(30.2점) ▲대전(26.4점) ▲세종(1.5점) 등으로 지역 간 격차가 심하며 특히 서울에 문화시설이 집중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별 예술지수란 문학·시각예술·국악·양악·연극·무용의 6개 분야를 각각 100점 만점으로 지정하여 지역별 관련 활동수를 서울(100점) 기준으로 환산해 모두 합산한 지표이다.
  특히 항목 중 문학과 시각예술의 경우 대부분의 활동이 수도권에서 집계됐다. 2014년 총 8,635건의 문학 활동 중 수도권에서 7,689건이 진행되었고, 총 13,248건의 시각예술 활동 중 수도권에서 8,927건이 진행되었다. 이에 반해 대전은 130건의 문학 활동과 241건의 시각예술 활동에 그쳤고, 세종시의 경우 단 2건의 문학 활동과 16건의 시각예술 활동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20살까지 줄곧 지방에서 살다가 대학생활과 만화가의 꿈을 위해 상경한 김알음(21) 양은 “사실 올라오기 전엔 온라인의 발전으로 지역 간 격차가 무색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서울에 온 뒤에 문화콘텐츠 차이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내가 거주 중인 종로만 하더라도 유명한 웹툰 작가가 수두룩하다. 때문에 그들의 간단한 전시전이나 이벤트, 소규모 공모전 등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이들은 나의 진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이벤트가 계기가 되어 한 작가님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작가님과의 인연이 이어져 정식 웹툰에 어시스트를 맡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역시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이 분석한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여하는 전국 국립·민간시설 참여 현황’에 따르면, 전체 문화시설의 56.7%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고 집계됐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예정한 ‘찾아가는 기획공연’ 역시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대전·광주·울산과 같은 지방도시는 관련 프로그램에서 소외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입사원 면접 장면 - 출처 한화데이즈)

  지방대 취업준비생의 현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졸업자 3천명 이상의 대학교 취업률은 ▲고려대(69.3%) ▲성균관대(66.5%) ▲연세대(64.1%) ▲서울대(61.0%) ▲인하대(60.2%) 순으로 상위 8개 대학이 모두 수도권 대학이었다. 실제로 대기업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수도권 학생을 12,220명 채용했으나, 지방대생의 경우 6,301명에 그쳤다.
  취업률뿐만 아니라 소득에서도 수도권 대학 졸업생과 지방 대학 졸업생이 차이를 보였다. 서울 상위권 대학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269.5만원이었고, 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208.2만원이었다. 반면 지방 대학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196.7만원으로 상위권 대학과 약 72만원 가량, 수도권 대학과는 약 12만원 가량 적은 임금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출신 대학을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력서에 대학을 기재하지 않는 양식도 상당 수 존재한다. 이런 풍토에는 ‘출신대학이나 학점보다, 의미 있는 활동 혹은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 사람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패러다임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지방대생들에겐 의미 있는 활동이나 스토리를 만들기엔 기회와 여건이 부족하다. 소위 말하는 ‘스펙’, 특히 기업에 어필할만한 ‘대외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힘든 게 지방의 현실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카페 ‘스펙 업’을 조사해 봤다. 지난해 12월 22일 게시된 홍보, 서포터즈 등을 제외한 대외활동 영역 글 19개를 열람해 본 결과 19개 모두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날 게시된 동아리 관련 글 61개를 열람해 본 결과 충청권의 동아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가까운 일시에 업데이트 된 충청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12월 18일 게시된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단 하나뿐이었다.
  이번 학기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사 취업을 준비 중인 이혜정(25) 씨는 “정말 본인이 의미 있는 활동을 원한다면 대전이라도 스스로가 주도해서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봉사를 위해 공주를 오가기도 했고, 직접 학술모임을 만든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허나 기존에 있는 시스템에 들어가는 것과 스스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전문지식이나 수요 인원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일도 더러 있다. 나 역시 학교에서 항공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취업준비에 난항을 겪었다. 또한 스펙만큼 중요한 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맥락에서 기회 역시 부족하다. 여러모로 대전은 불리한 면이 있다”며 우리 학교의 지역적 한계를 지적했다.

  지방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
  지방에 문화시설이 부족하고 교육적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은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지방의 인프라 차이가 심해질수록 더 많은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된다. 이는 다시금 수도권의 시설들이 더욱 탄탄해지는 요인이 되며 자연스레 지방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울과 지방의 인프라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인구는 더 수도권에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방 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우리 학교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현재 지방에서 육성되는 엘리트가 부족해 학술·예술 관련 인재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충당되고 있다. 지역 불균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행정·문화·교육이 얽히고 설킨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라 극복이 어렵다. 실제로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수도권의 인구보다 충청권의 인구를 끌어들여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육 교수는 “지역의 인프라가 개선되기 위해선 첫째로 지방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를 확실히 통찰한 획기적인 발상이 가미된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그 기반에는 선진적인 시민의식이 확충 되어야 할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 간 연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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