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온 코즈마케팅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탐스슈즈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출처. 탐스

  현대의 소비자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발간한 ‘기업사회공헌활동에 관한 글로벌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응답자 507명)의 58%가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 세계 소비 시장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경향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만21세~34세)에서 73%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진 지금, 착한 소비를 비즈니스로 연결한 코즈마케팅이 뜨거운 화두다.

  소비자는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현대의 소비자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 또한 다양해졌고 이를 반영하듯 기업들의 마케팅도 더 정교해졌다. 우리 학교 소비자생활정보학과 구혜경 교수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일반화될 정도로 현대 사회는 소비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시장은 글로벌화되고, 소비자들은 세계 각지의 다른 소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힘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는 것은 기업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거에는 기술의 차별화를 기반으로 상품 차별화를 시도했다면, 현재는 기술력의 큰 차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자인처럼 다른 요소에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중에 하나가 공익과 연계하는 착한 소비의 유도, 착한 기업 이미지의 강화와 같은 마케팅 활동이다.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코즈마케팅이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사람들은 세계 각국의 이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유튜브나 외신 기사 등을 통하여 빈곤지역 아동의 노동착취, 커피 농가의 열악한 상황 등을 알게 되고, 공정무역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업들 역시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던 때로, 과거의 기부활동과 달리 다양한 기부활동과 기부 플랫폼(네이버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 해피빈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소비자는 가치소비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가치소비를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인간으로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이상이나 가치가 융합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의미 있는 소비, 의미 있는 화폐 투표 권리 행사’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구혜경 교수는 “소비자학적 관점에서 소비자는 시장에서 화폐 투표를 통하여 시장의 자원 배분에 관여하게 되고, 시장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화폐 투표 결과에 따라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며, 소비자주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며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은 소비자의 화폐 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마케팅에 대해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기업이 마케팅을 달리 하여 착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에 화폐 투표를 할까 고민하면서 이왕이면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기업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구 교수는 “더욱이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으로서 대의명분, 공공선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매우 높은 민족이고 현대 사회의 소비자 파워 증진, 소비자의 사회 참여 인식의 증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화, NGO 단체들의 노력 등이 모여 코즈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공익활동을 위한 기부문화가 많이 확산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부를 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들에게 쉽게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스스로 가치소비를 한다는 것에 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코즈마케팅. 과연 무엇인가? 
  ‘코즈(Cause)’란 대의명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즈마케팅은 기업이 사회적 대의 혹은 공공의 이익을 마케팅 활동과 접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가 발표한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전략의 하나의 마케팅적 방법론으로 거론됐다.
  구혜경 교수는 “기업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이익집단이지만, 법인으로서 시장과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모든 구성원은 권리와 책임을 가지게 되며, 기업들에게 사회와 시장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혹은 사회공헌활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업은 이윤추구가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이윤의 일부를 사회공헌활동에 할당하기는 하지만, 만약 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이라면 사회공헌활동의 중요도는 기업 내에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구 교수는 “공유가치창출이란 ‘기업이 사회적 이슈 해결을 통하여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경영전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기업의 이윤 추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고, 그 결과로 공유가치창출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따라서 어떠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기울일 것인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환경 보호 이슈, 청년 일자리 창출 이슈, 빈민들의 자립적인 경제활동 지원 등이 공유가치창출 전략의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구체화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코즈마케팅이다.

  대의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착한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코즈마케팅을 활성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공익연계 혹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 이러한 성향에 소구하는 코즈마케팅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여러 연구들은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한 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 구매의향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구혜경 교수는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이때 소비자는 본인이 가진 화폐를 투표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해주고, 기업은 이윤을 얻게 된다. 결국 기업은 화폐 득표의 수단으로 코즈마케팅을 접목하는 것이며, 상당히 많은 사례들에서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의 화폐 득표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고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는 미국의 탐스 슈즈이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 빈곤국가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가 기부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로 CJ제일제당의 ‘미네워커 바코드롭’이 꼽힌다. CJ제일제당은 미네워커를 출시하면서 먹는샘물 시장에 뒤늦게 진입했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던 CJ제일제당은 미네워커 바코드롭을 선보였는데, 미네워커를 구매한 소비자가 기부 의사를 밝히면 생수에 있는 바코드를 찍어 100원이 더 결제되고, 회사와 유통사(편의점)가 각각 100원씩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유니세프를 통해 아프리카의 물 부족국가에 식수 정화제로 전달됐다.
  또 다른 예로, 매일유업의 경우 메틸말론산혈증과 프로피온산혈증이 있는 아기 환자를 위해 특수분유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이윤 관점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만, 분유가 없으면 사망할 수도 있는 어린이를 위해 특수분유 연구 및 제조, 판매를 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TV 광고를 하면서 수유하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코즈마케팅을 폈다.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나무 심기 사업)’ 같은 캠페인도 코즈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코즈마케팅 사례들은 대부분 성공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회성 흥미 이벤트로 그친다거나 기업과 연관성이 낮은 코즈마케팅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도미노 피자의 ‘1/2 캠페인’은 소비자가 피자 한 판을 시키면 반 판만 배달되고 남은 반 판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업체는 이익을 챙기면서 소비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또한, 2010년 KFC는 한 버켓을 판매할 때마다 50센트 씩 기부하는 ‘Buckets for the Cure’유방암 캠페인을 벌였으나, 정작 유방암을 유발하는 치킨을 팔려 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코즈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혹은 기업의 정체성과 코즈마케팅의 방향이 연계돼야 하는 것이다. 제지업체의 경우 환경 보호 이슈, 정보기술업체라면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에 그치는 마케팅 전략은 일순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그 활동이 장기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 및 성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구혜경 교수는 “소비자가 착한 소비, 기업의 착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해당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결과이며, 그로 인해 해당 기업에 화폐 투표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제한된 합리성을 지닌 존재이다. 이는 소비라는 행위 자체가 경제적인 합리성에만 근거하여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소비자는 개인적인 판단, 개인적인 가치관에 근거하여 소비에 관한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구혜경 교수는 “물론 가치관은 개별 소비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요즈음에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말해주듯이 소비자들이 ‘공공선’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기부나 나눔, 착한 소비에 대한 개념을 어렵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수용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부나 착한 소비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사치스러운 행위로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바뀐 듯하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기업들의 코즈마케팅이 소비자의 가치와 연계될 수 있다면 ‘착한 소비’는 증가하지 않을까.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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